급속한 고령화사회에 꼭 필요한
세심하고 편리한 복지용구 눈길
한국도 기술개발·지원 서둘러야

▲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원장

지난 10월 중순 필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복지기기 박람회’에 참석하고 왔다. 일본 후생성과 노동부가 주관하며 500여 업체가 참여하고 12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43년의 역사를 가진 규모가 꽤 큰 세계적인 박람회다. 복지기기는 장애인이나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자립에 꼭 필요한 용구다. 우리나라도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후 복지용구가 발전하고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아직 걸음마단계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노인과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존엄을 지키면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 보다 한층 발전된 복지기기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혼자서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개조하는 주택 리모델링이었다.

노인이나 장애인의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 천장에 레일을 달아 몸과 연결해 움직이게 하는 기구는 매우 유용해 보였다. 세면대도 높낮이가 조절돼 휠체어를 타고서도 편리하게 이용 가능했다. 계단 등을 오르내리는 휠체어와 휠체어 이동을 위해 벽에 부착한 설비도 있었다. 욕실에서도 리프트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장애인도 혼자서 목욕이 가능했다.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자립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장애가 전혀 장애로 여겨지지 않도록 하는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욕실문화가 발전된 일본이라 그런지 목욕기기들도 다양했다. 이용자 본인의 움직임이 편리하도록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시설이나 병원의 종사자들이 보조를 하면서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을 위한 도구들이 많이 개발돼 있어 앞으로의 활용도가 기대됐다. 시설비용이 만만치 않아 당장 보편화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는 돌봄이의 권리와 건강의 중요성도 더 부각될 것이므로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필요성과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생각됐다.

노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기저귀의 경우도 정말 세심하게 만들어지고 착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기저귀의 재질도 흡수력이 좋아 대소변으로 인해 피부가 손상을 입지 않도록 하고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구분하여 신체적인 특성에 맞게 고안이 돼 있었다. 일본이 기저귀의 품질이 뛰어난 것은 기저귀에 대한 보험적용이 돼있어 새롭고 특성에 맞는 제품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병원의 경우 기저귀는 보험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높은 가격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또한 기저귀 업체의 영세성도 발전을 저해하는 하나의 요소이다.

하루종일 누워서 생활하는 환자를 위한 침대도 매우 다양했다. 침대와 휠체어가 세트를 이루면서 침대의 일부가 분리돼 휠체어로 변신할 수 있어 이동성을 높여주고 돌봄이의 업무하중도 줄여주었다. 와상으로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 하는 환자는 이로 인한 상부흉부압박으로 호흡부전이 발생해 주요 사망원인인 폐렴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침대의 매트와 구조를 조정하며 체위변경을 시간별로 자동적으로 할 수 있게 돼 있었다. 욕창도 함께 예방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이번 박람회에는 한국의 몇몇 지자체 공무원도 참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박람회를 주관한 일본 장애인협회의 이토 히로야스(伊東 弘泰) 회장은 “한국에서 많은 공무원과 사업자들이 방문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준비없이 찾아온다는 것”이라면서 “열정도 중요하지만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준비”라고 조언했다.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한국을 사랑하는 이토 회장의 진심어린 충고였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도 복지용구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한국기업들이 영세해 기술적인 연구가 부족하고 단지 외국에서 개발된 용구를 로열티를 지불하고 사서 한국에 판매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 안타까움이 더했다. 정부 또는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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