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 34.2%로 심각한 상황
기본적 경제활동·삶도 보장 안돼
청춘들에게 저축은 먼나라 이야기

▲ 유화숙 울산대 의류학과 교수

어제 25일은 제1회 ‘금융의 날’이었다. 작년까지는 ‘저축의 날’로 불렸다. 1964년 저축을 장려하고자 9월25일로 지정된 이래 1973년 증권의 날과 보험의 날을 통합하면서 매년 10월 마지막 화요일로 바뀌어 제정된 기념일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경제개발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1970~80년대에 저축은 국가 자본을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자금 조달원이었고 어린 자녀들에게 돼지저금통을 사주는 일은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실질적인 경제교육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 저축을 통해 재산을 형성한다거나, 근검과 절약을 통한 저축이 미덕이라거나, 돼지저금통에 저금을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경제관념을 갖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매우 적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다 안정적인 재산 형성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며칠 전 흥미 있는 외신기사를 봤다. 호주의 한 인구통계학자가 요즘 젊은이들이 과소비를 하고 있다며 카페에 가서 비싼 브런치를 먹는 대신에 그 돈을 저축하면 집을 살 수 있다는 칼럼을 써 젊은이들의 반발을 샀다는 기사였다. 인구통계학자가 젊은이들에게 저축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이 기사가 나오자 어떤 이는 브런치를 먹지 않으면 175년 뒤에 시드니에 평균정도의 집 보증금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웃었고, 영국일간지 호주 주재 기자는 집을 안 사고 브런치를 먹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집은 못 사니 브런치라도 먹는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베이비붐 세대들이 이미 집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이제는 브런치까지 뺏으려 한다고 비판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칼럼을 쓴다면 한국의 젊은이들은 호주의 젊은이들과 다른 내용의 답변을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어쩌면 더 암울하고 더 답답한 심정으로 기성세대를 조롱할 것이다.

올 8월에 경제협력개발기구는 한국의 가계저축률이 2011년에 3.8%에서 점차 증가해 2013년 5.6%였다가 2015년 8.8%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저축률이 오르면 기업의 투자 증가로 고용이 늘어나지만 최근의 가계저축률 증가는 불확실한 경제로 인한 소비 감소에 따른 결과라서 오히려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다. 결국 베이비부머나 기성세대의 저축은 청춘세대의 고용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고 호주 주재 기자의 말이 완전히 빈말은 아닌 것처럼 들린다.

우리의 청춘들이 그 어떤 세대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이미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에서 시작해서 인간관계와 집까지 포기해 오포세대로 확장되더니 급기야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칠포세대가 되고 말았다. 최근에는 이러한 청춘들이 혼밥, 혼술, 혼놀로 표현되는 혼자 밥먹고 혼자 술먹고 혼자 노는 문화를 형성하고 1인 가구로써 살아가는 방법들을 추구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총 생활비는 1인 가구가 2인 가구 또는 3인 가구 등 다른 가구들보다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이렇다면 저축을 할 수 있는 여유자금은 더 줄어들어 우리 청춘들에게 저축은 남의 나라 말이 되고 만다.

우리 경제는 2011년부터 2~4%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올 6월 현대경제연구원은 비자발적 비정규직과 그냥 쉬고 있는 청년들을 포함한 청년실업률은 34.2%라고 했다. 고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청년들의 실업률은 심각한 상황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활동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적절한 경제활동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초적인 삶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저축의 날에는 언제나 저축을 많이 했거나 열심히 저축한 사람들을 표창해 왔다. 올해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도 저축을 한 사람들을 표창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오늘도 취업 자리를 알아보며 혼밥을 먹고 있을 청년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

유화숙 울산대 의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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