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육 울산 북구의회 의원

지켜볼만한 가치있는 ‘김영란법’ 아닌가. 지난 2012년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추진했던 법안으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1년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9월28일부터 시행된 법이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기본권 침해’ 등 위헌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헌재의 합헌 판결로 약 4년에 걸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탄생할 수 있었다.

법의 핵심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방지, 청렴하고 투명한 사회 문화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그간 얼마나 많은 부당한 청탁과 금품수수가 성행했으면 이러한 법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게 되었을까. 법 시행과 더불어 우리 모두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시행 초기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시행령에는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으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도가 규정돼 있다. 결코 작은 금액이라 할 수 없음에도 모 국회의원님은 5만, 10만, 10만원으로 상한기준을 올리자고 했단다. 2만9000원은 먹어도 되고, 4만9000원은 선의의 선물일까. 부조금도 10만원이면 적지 않은 액수이다. 법이 도입된 이유는 지금까지 성행한 각종 청탁과 뇌물로 얼룩진 관행을 일소하자는 것인데, 금액의 상한기준에 대한 논란은 국민의 생각과 한참 벗어난 상식이다.

지금까지 민생과 경제 정의를 외치던 정치인과 언론들은 다시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정치인들은 낮은 곳에서 국민을 섬기고 자신을 낮추겠다 이야기 하며, 선거철에 시장판에서 칼국수 한 그릇하며 사진 찍고 했지 않은가. 일부 언론과 농축산식품부, 해수부, 농협, 축협 등도 이 법 시행으로 나라 경제가 엉망이 될 것처럼 떠들고 있다. 내용인 즉, 화훼농가, 축산농가, 어민, 소상공인, 음식점 등 모두 절단이 날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일부 농·어민, 소상공인 등의 피해가 상당부분 있다 하니 안타까운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상식이 통하는 건강하고 공정한 사회, 청렴하고 투명한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시행 초기의 이 모든 혼란과 힘든 과정도 견뎌 내야 할 것이다.

최근 실시한 국정감사 중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실시했는데, 정작 법을 만든 의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정무위는 이 법을 만든 상임위다. 정무위 소속의원들이 이 법을 만든 사람인데 왜 그렇게 되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고 한 셈이다. 스승의 날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교수에게 캔 커피 드리는 것, 운동회 김밥 제공, 음식점 매출 감소, 경기 둔화 등 사소하다면 사소한 이유로 법의 취지와 큰 줄기를 바꾸려 하는게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권익위 위원장은 “청탁은 안 될 일을 되게 해달라는 것이다. 상식에 비춰 적용 여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일반 국민 대다수는 찬성하고 있다.

물론 법의 좋은 취지와 달리 청탁 행위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침이 없고, 기관마다 다른 모호한 법해석 차이 등으로 인해 법 시행 초기의 사회적 혼란과 우려 또한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모든 새로운 변화는 어느 정도의 혼란과 고통을 수반하며, 기존의 낡은 방식과 제도가 변화해가면 갈수록 사회와 사회 구성원 모두 성장해간다는 것을.

이상육 울산 북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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