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환 기자 사회문화팀

20명의 사상자를 낸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참사는 ‘운전자의 자질 부족’과 ‘업체의 안전 불감증과 허술한 채용 규정’이 일으킨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참사를 일으킨 이모(48)씨는 음주와 무면허운전 등 9건의 도로교통법 위반과 3건의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태화관광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면허가 없는데도 운전기사로 일한 직원이 확인됐다. 참사가 난지 얼마나 됐다고 태화관광 소속의 또다른 운전기사는 지난 29일 음주상태(혈중알코올농도 0.09%)로 통근버스를 몰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교통법규를 우습게 생각한 사람에게 관광버스 운전을 맡긴 태화관광은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위험한 인물’을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 태화관광의 허술한 기사 관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물론 태화관광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관광·전세버스를 포함한 대형버스 교통사고로 매년 3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교통사고의 90%는 운전자 과실로 일어났다. 허술한 운전면허 규정과 형식적 적성검사 탓에 사고 위험성이 큰 운전자를 걸러내지 못해 발생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지난 7월17일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졸음 운전을 하다가 41명의 사상자를 냈던 관광버스 운전자도 세 차례 음주운전으로 2년 간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즐거운 여행길이 지옥 같은 참사로 끝나서는 안될 것이다. 더욱 엄격하고 정밀한 자격요건 정비가 요구된다. 국토교통부가 뒤늦게 대형 교통사고를 내거나 음주·무면허 운전전력이 있는 운전자 등은 운수종사자 자격취득을 제한하기로 했다. 만시지탄이지만 관리·감독 강화 대책보다는 다소 진전됐다. 그러나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해 한다. 그런 이유에서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또 규정을 어기는 업체와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더 촘촘한 행정지도로 시민들이 더이상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관광버스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김기현 울산시장 앞에서 “내 친구, 내 가족, 내 동료가 다시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그런 환경을 꼭 만들어 달라”고 무릎 꿇고 통곡한 기억이 생생하다.

최창환 사회문화팀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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