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안전관련 정보의 사각지대
기본사항도 모른채 사후처리에만 급급
정부·대기업의 적극적인 지원 꼭 필요

▲ 박현철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경영학 박사

얼마 전 중소기업협회가 주관하는 ‘CEO경영혁신 워크숍’에서 ‘중소기업의 SHE(안전보건환경, 간단히 ‘안전’이라고도 함) 혁신 방안’이라는 특강을 하고 왔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침체된 중소기업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느껴, 중소기업 CEO들의 경영혁신과 현안 타개를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참석한 CEO들은 놀랄 정도로 시종 눈을 떼지 않고 경청하였으며, 현장에서 아이디어 발굴, 연구개발,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밤잠을 설쳐가며 조직을 이끌어가고 있는 생생한 얘기를 듣고 깊은 감회를 느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거래시 견적가에서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어, 이것이 꼭 시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여 우리나라 안전의식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 사실 우리나라 기업 중 약 99%가 중소기업이며 근로자의 약 88%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고, 최근 국내 산업재해의 약 80%, 사망사고의 약 90%는 중소기업 직원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오랜 기간 동안 협력업체에 대한 SHE시스템 및 실적 감사를 해왔는데, 기업마다 SHE수준이 확연히 다르다. 평균적으로 외국기업은 70~80점, 대기업은 40~50점, 중소기업은 20점대이다. 외국기업은 오랫동안 기업운영의 경험으로 SHE를 기업의 최고가치로 인정하여 경영자, 직원 모두 SHE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은 약 35%가 KOSHA-18001 인증을 받아 운영하고 있으나, 경영자와 직원 모두 수동적인 경우가 많으며, 중소기업은 SHE에 대한 정보입수와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경영자, 직원 거의 모두가 산업안전보건법규의 기본적인 요구사항도 잘 몰라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사고발생시 사후처리에만 급급함을 알 수 있었다.

정부는 SHE를 지도감독할 때 기업 간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SHE경영에 관한 한 걸음마 단계인 중소기업은 교육 및 의식부족으로 SHE경영을 자발적이 아닌 강제적인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산업안전보건법에 신설된 안전보건관리담당자로 하여금 중소기업 경영자를 보좌하게 하고 산업안전보건법규의 기본적인 요구사항을 관리감독자들에게 지도, 조언하게 하며 현장직원들이 제대로 안전수칙을 준수하는지 내부감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게 해야 한다.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 활동, SHE경영 인증, 공생협력 프로그램, SHE관리 계획,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과 인명구조규칙 및 사고근본원인 조사기법 등의 공유를 통해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사람은 위험이 닥치면 본능과 습관에 의해 움직이므로 가정 안전교육과 학교 안전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사업장에서는 월 2시간 이상에 상당하는 안전교육을 꼭 실시하고 평가 후 피드백해야 한다. SHE시스템이 거의 완벽하다고 하는 영국에서도 확률이 극히 낮지만 안전사고는 발생하고 있다. 우리들이 잠깐 불안전한 행동을 할 때 설비, 시스템, 보호구 등이 동시에 뚫릴 경우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주위에 잠재 및 현재하는 위험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개선해 나가야 한다. 중소기업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고는 우리나라의 안전은 영원히 후진국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안전선진국이 돼야 한다. 이제 정부와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안전수준이 단계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야 할 때다.

박현철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경영학 박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