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50대 김씨는 최근 들어 소변 보는 횟수가 급격히 늘면서 사회생활에 곤란을 겪었다. 횟수뿐 아니라 갑자기 소변이 마려운 증상도 나타나 중요한 보고 중에 염치를 무릅쓰고 회의를 중단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며칠 전 출근길에는 왕복 6차로를 지나던 중 소변을 참을 수 없어 도로에서 쩔쩔매기도 했다. 막상 소변을 보려고 하면 시원하게 보지 못하고, 소변을 참을 수 없는 정도가 심해지는 게 이상해 비뇨기과를 찾았더니 전립선비대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 나이에는 50% 정도가 발병할 정도로 남성에게 흔한 질환인데 평소 소변 신호를 무시하고 억지로 참으면서 증상이 더 심해졌다.
 

▲ 정석근 울산시티병원 비뇨기과 전문의가 전립선비대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노화·남성호르몬 불균형으로 발병
50대 남성 절반 겪을만큼 흔한 질병
평소보다 소변 잦아지면 이상 신호
치료 방치했다간 신장 손상 위험
일상생활 불편 가중 삶의질 저하
하루 4~6회 규칙적 배뇨습관 중요
너무 오래 앉아있는 생활 바꿔야

◇소변 횟수 2배 이상 늘면 의심

전립선비대증은 중장년층 남성들이 흔히 겪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나이가 들면서 노화와 남성호르몬 불균형에 의해 전립선의 크기가 비대해지면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60대의 60~70%, 70대 이상에서는 거의 모든 남성에게서 나타날 정도다. 최근에는 40~50대 젊은 층의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최근 40~50대 전립선비대증 환자 수는 약 30만명 이상으로 연간 7% 가량씩 증가하고 있다.

정석근 울산시티병원 비뇨기과 전문의는 “전립선비대증은 비대해진 전립선이 소변을 배출하는 통로인 요도를 압박해 빈뇨, 잔뇨, 야간뇨 등 다양한 배뇨 장애 증상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특히 소변 보는 횟수가 정상범위 이상으로 증가하는 빈뇨 등과 같은 배뇨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전립선비대증을 앓는 환자는 하루에도 8~10회 이상 배뇨하거나 소변줄기가 가늘고 끊기는 현상 등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기능적인 이상 외 생활의 불편도 크다.

정 전문의는 “직장생활을 하는 환자는 배뇨증상 조절이 어려워 업무에 방해를 받거나 출장 및 장거리 운전 등 사회 생활에 큰 불편을 겪게 된다. 야간에도 잦은 소변 신호로 수시로 잠에서 깨다 보니 낮 시간의 업무 집중력이 저하되고 수면 부족으로 인한 또 다른 건강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적으로 극심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과 같은 증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정 전문의는 “전립선비대증으로 불편을 겪는 남성들은 증상이 있어도 외부에 드러내기를 꺼리고 질환 자체를 남성의 자신감과 직결되는 문제로 생각해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쉽다. 이처럼 전립선비대증은 실제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뿐 아니라 사회 생활에도 영향을 미쳐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방치 시 요폐, 신장기능 손상 등 합병증

전립선비대증은 초기에 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소변 불편 증상을 느껴도 나이 탓으로 여기거나 출퇴근이나 회의 등으로 인한 긴장, 압박 등 심리적인 요인으로 생각해 참거나 방치하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이렇게 방치하다 합병증 단계로 이행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 전문의는 “배뇨 장애 증상을 오랜 기간 방치하면 방광이 늘어지고 수축력이 약해지면서 통증, 혈뇨, 결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50~75%는 과민성 방광증상이 있는데 이러한 경우 소변을 못 참고 지리는 요실금 증상을 겪게 되고, 단계를 지나 병이 악화되면 방광기능을 잃게 돼 소변을 보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심한 경우 소변이 아예 나오지 않는 요폐 상태나 요로 감염, 신장 기능 손상으로 인한 신부전 등 심각한 질환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초기 증상을 느낄 때부터 병원을 찾아 치료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배뇨장애 줄이는 생활습관 중요

전립선비대증의 경우 증상이 나타나도 초기에 적극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치료 받는 환자는 드물다.

정 전문의는 “질환 자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건강기능식품 등에 의지하다 치료 시기를 늦추고 병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치료를 시작했지만 약 복용을 꾸준히 하지 않아 증상이 재발돼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증상이 악화되면 수술 후에도 방광기능 회복이 어려울 수 있어 신속히 병원을 방문해 질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40~50대부터는 자연히 방광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전립선비대증을 당뇨,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이해하고 꾸준한 검사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약물 치료를 받고 있더라도 잔뇨 검사, 전립선 크기 검사 등을 1년에 한번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배뇨 장애를 줄이기 위한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오랜 시간 불가피하게 좌식 생활을 하게 되는 사무직의 경우 40~60분에 한 번씩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평소 따뜻한 물에 좌욕을 하는 것도 전립선 건강에 도움이 된다.

끝으로 정 전문의는 “전립선비대증은 평소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치료받는 것이 좋다”며 “소변량을 줄이기 위해 억지로 물 섭취량을 줄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루 4~6번 정도 규칙적인 배뇨 습관을 기르고 보다 면밀히 본인의 배뇨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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