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완전한 너를 좋아해!

 

가을걷이가 끝나면 엄마는 이듬해 봄까지 오로지 가족들의 먹을거리를 비롯해 집안 살림에 집중하셨다. 대가족인데도 불구하고 끼니에 신경을 많이 쓰신 것으로 기억된다. 농번기 때 논일 밭일에 지쳐 쉬고 싶다는 마음부터 들었을 법도 한데 한동안 챙기지 못한 가족 건강을 염려한 것일 게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시골에 살았지만 우리 가족은 우유를 마시는 식생활을 하였다. 쌀쌀한 가을부터 문틈사이로 들어오는 외풍이 아침 기상을 힘들게 하고 자꾸 이불속으로 파고들게 했다. 그때 엄마는 따뜻하고 고소한 우유 한잔으로 이불속에서 투정을 부리는 막내딸을 얼러 주셨다. 우유 한잔에 몸이 따뜻해지고서야 이불을 박차고 나왔다. 그 시절에 엄마가 주신 우유는 지금처럼 신선한 생우유는 아니었다. 우유에서 지방을 분리 제거 후 건조하여 분말한 것을 물에 타먹는 탈지분유나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 가능한 멸균우유를 마셨다.

바나나·커피맛 가공우유, 당 함량 2배
비만·이상지질혈증은 저지방우유 추천
유당불내증, 다른식품과 같이 섭취해야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때 언니 오빠들이 있던 도시로 전학을 갔다. 도시 학교는 시골 학교와 다른 점이 많았다. 그중 하나는 우유 급식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냉장 보관된 우유를 마셔보게 되었다. 1교시를 마치고 당번이 우유를 반별로 배급을 받아와 일제히 마신 기억이 난다. 아마 우유를 챙겨 먹였던 엄마가 아니었다면 거부반응을 보였을 텐데 다행히 필자는 여느 도시 아이들보다 우유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완전식품이라고 불리는 식품이 많지는 않다. 그중 하나가 우유이다. 우유에는 단백질과 유당, 유지방, 무기질,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돼 있다. 우유 단백질에는 양질의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고, 균형 있게 함유돼 있어 신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영양소를 공급해 준다. 유지방은 소화흡수가 잘 되고 필수지방산인 리놀산, 아라키돈산(arachidonic acid)이 들어 있다. 유당은 에너지원으로 정상적인 장내 세균을 유지한다. 무기질로는 칼슘, 인, 마그네슘이 풍부하며 칼슘 흡수에 효과가 있다는 단백질이나 유당과 같이 공존하고 있어 칼슘 흡수는 매우 잘 이루어진다.

하지만 우유라고 다 같은 우유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바나나 우유, 커피 우유 등 가공우유에는 일반 우유보다 당 함량이 약 2배나 더 들어있다고 한다. 이것은 탄산음료와 비슷한 함량이라고 하니 영양성분표의 탄수화물과 당류의 양을 확인하고 마시는 것이 좋겠다. 더불어 비만이나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경우에는 일반우유보다 지방함량이 적은 저지방우유를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영양교육이나 영양 상담을 하다보면 유당을 소화시키지 못해 가스를 만들어 속이 더부룩해지거나 설사를 하는 유당불내증(乳糖不耐症)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럴 경우 어떻게 우유 섭취를 하면 좋을까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유당불내증이 있는 경우 우유를 한 번에 마시지 말고 아주 조금씩 나눠 먹거나 따뜻하게 마시는 방법, 빵이나 시리얼 등 다른 식품과 같이 섭취하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

▲ 성현숙 도산노인복지관 영양사

필자의 세 아이는 키가 큰 편이다. 주위에서 무엇을 먹여서 키가 크냐고 종종 물어본다. 특별히 키 크는데 도움이 된다는 음식을 먹도록 한 적은 없다. 다만 필자가 우유를 좋아하다보니 냉장고에 우유가 항상 있었으며 엄마가 좋아하다보니 아이들도 우유를 꾸준히 마신 덕이라고 말해준다. 성장기 자녀들의 키와 골다공증을 염려하는 분들께 칼슘 함유량이 많은 우유를 청소년은 두 컵, 성인은 한 컵 이상 섭취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싶다.

조선시대에는 권세가나 왕족들만이 음용하거나 타락죽 같이 별미음식, 보양식으로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식품이었던 우유가 요즘은 완전한 식품인 줄 알면서도 달고 자극적인 음료에 밀리는 듯하다. 이번 기회에 우유 섭취를 늘려 카페인음료, 당 함유음료 섭취를 줄이는 좋은 식습관으로 바꾸어보는 건 어떨까.

성현숙 도산노인복지관 영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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