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어려움과 고난, 노력 없이
어릴때부터 부귀영화와 특권 누려
잘못된 자녀사랑이 국정농단 초래

▲ 성인수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 1월23일 서울에서 열린 ’2015 중국 방문의 해’ 개막식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통일신라 시대 학자 최치원의 시를 인용했다. 시 주석은 “중·한의 문화 교류는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며 “한국 시인 최치원은 ‘동쪽 나라 화개동은 호리병 속의 별천지’라는 시로 한반도를 찬양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최치원을 한·중 교류의 상징으로 언급한 것은 당시가 세 번째였다. 한중교류의 상징으로 최치원이 언급되던 이 때만 해도 한중관계가 한창 ‘핑크빛 모드’였다.

한중관계가 틀어진 시점은 북한 4차 핵실험 이후였다. 국내에서 한반도 사드배치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이었다. 사드배치 문제로 대립되었을 때 다시 만난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이 서로 얼굴이 굳어 있었다. 이제 두 나라 정상의 상황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시진핑은 중국 내에서 1인 장기체제를 공고히 해가는 중이다. 2013년 2월 임기를 시작한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최순실 사태’로 입지가 좁아져, 레임덕(임기말 증후군)이 가속화 되고 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시진핑의 아버지 시중쉰의 자녀교육법에 새삼 귀를 기울이게 된다.

부친 도움 없이 1969년 1월16세의 시진핑은 산시성 연천현의 공장에 들어갔고, 하층민으로 농촌 지방을 돌아다니며 험한 곳에서 살았다. 그곳 생산대의 중공당지부 서기를 맡았으며 1975년 10월 칭화대학 화학공정계에 입학하며 고군분투했다. 공산당 입당에 10번 실패하기도 했다. 2013년 3월 시진핑은 국가주석과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되어 최고지도자가 되었다. 시진핑은 평소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그의 부친을 꼽는다.

시진핑의 부친 시중쉰은 중국공산당 원로로 국무원 부총리를 역임했다. 시진핑이 9세 되던 1962년 9월 중공8차 십중전회 때 시·자·류 반당집단으로 몰려 그해 10월 시중쉰은 당내외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허난성 뤄양의 공장으로 하방되었고, 1968년에는 옥살이를 했다.

시중쉰은 정식 결혼한 치신(齊心)과의 사이에 2녀 2남을 두었다. 시중쉰은 아이들을 사랑했지만 절대 버릇없이 키우진 않았다. 그는 쉬는 날 아이들과 공원에 가도, 장난감을 사지 못한 아이들이 토라지면 참을성 있게 아이들을 달랠 뿐, 절대 다른 사람들이 대신 사주거나 선물을 주는 등의 행동을 못하게 했다. 대신 서점에서 여러 책을 사주었다. 아이들 옷과 신발, 양말은 이어서 입혔다.

당시 시중쉰 서기는 국무원 부총리여서, 신문에 오르락거렸다. 그의 딸이 입학을 할 때 그는 딸에게 엄마 성을 붙여주고, 가정성분 역시 ‘혁명간부’에서 ‘직원’으로 바꿨다. ‘시’씨 성이 드물어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이 딸의 신분을 파악할까 염려했던 것이다. 두 딸의 이름은 ‘시차오차오’ ‘시안안’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치차오차오’ ‘치안안’이 됐다. 이런 이름을 지금까지 쓰고 있다. 시중쉰은 자녀들이 친구들과 더불어 지내며 공부하도록 학교 기숙사에 보냈다. 당시 기숙사는 환경이 열악했다고 한다.

전여옥 전 의원은 그의 자서전에서 “박근혜는 대통령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 정치적 식견과 인문학적 콘텐츠도 부족하고, 신문기사를 깊이 있게 이해 못한다. 그녀는 이제 말 배우는 어린 아이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어느 심리학자는 박근혜 대통령을 “치료 받아야할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호의호식, 부귀영화 누리면서, 정당한 경쟁과 노력 없이 살아온 사람들 중에 인간의 가난, 고통, 갈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우리는 옛 청와대에서 퍼스트레이디 대행을 했던 박 대통령이 독재, 국가재산 사유화, 민간재산 강탈, 영구집권 기도, 우민화, 경제독재, 특권층의 호의호식, 선민 왕족의식 등을 배우지 않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주위에 ‘최순실’ 같은 ‘비정상 금수저’들이 활개치는 현실을 보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식교육의 시기를 놓친 게 아니었나하는 생각도 든다.

성인수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