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이 정답이라 믿는 지도자는
자칫 국민을 난관에 빠뜨리고 말아
국민과 함께 소통하며 답 만들어가야

▲ 백운찬 인애복지재단 대표

군맹평상(群盲評象)이란 말이 있다. 여럿이 코끼리를 만진다는 뜻으로, 모든 사물을 자기의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그릇되게 판단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옛날 인도의 어떤 왕이 진리에 대해 말하다가 대신을 시켜 코끼리를 한 마리 몰고 오도록 하였다. 그리고는 앞을 못 보는 여섯 사람을 불러 손으로 코끼리를 만져 보고 각자 자기가 알고 있는 코끼리에 대해 말해 보도록 하였다. 코끼리의 상아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를 무같이 생긴 동물이라 하였고, 다리를 만진 사람은 마치 커다란 절굿공이 같이 생겼다 하였고, 등을 만진 이는 평상같이 생겼다고 우겼다.

각자 만져본 부위에 따라 판단 내용이 각양각색이다. 부위에 따른 판단 구조가 이처럼 다른 것은, 관찰자의 상상에 따라 코끼리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객관적인 사실이란 없다. 사실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며 개인에 의해 구성될 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관점을 ‘구성주의적 관점’이라 한다. 이 구성주의에서는 실제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단지 내가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나의 모든 주장이 완전히 나의 경험에 뿌리를 둔 내가 만든 사실이라는 것을 말할 뿐이다. 따라서 자신이 본 사실, 자신이 만든 사실이 많은 사람들의 답이 아닐 수 있으며 지극히 나 스스로가 만든 내 개인의 답일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이 한번 구성한 이미지(정보)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정보를 재확인하기 보다는 그것을 재구성하는 과정에 보다 많은 에너지를 할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성주의적 인식론에 의하면, 지식이라는 것 역시 어떤 현상이나 현실에 대한 자기 나름의 의미부여, 자신의 개인적 해석이라고 본다.

따라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만이 사실이고 자신이 내린 결정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태도는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해서 내가 나를 내 판단 속에 가두는 것, 공동체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처럼 위험한 무지는 또 없을 것이다. 특히 한 나라의 지도자가 이러한 사고를 가진다면 그와 함께하는 국민들은 자칫 큰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동안 우리의 지도자들은 너무 자신의 생각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한 채 국민들이나 정치 파트너의 의견을 도무지 듣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 왔다. 자신의 뜻과 같이하는 사람만 곁에 두기를 원했으며, 자신과 똑같은 답을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그것만을 국정에 반영하고자 했다.

한 나라의 지도자란 국민들에게 답을 내리고 자신이 내린 정답만을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답들을 만들어가는 국민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은 답을 반영하여 국민 각자가 자신이 만든 답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자리인 것이다. 가신그룹만을 소통 대상으로 하는 편협한 사고로부터 벗어나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답을 반영할 줄 아는 소통의 정치인이 되어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의 답을 경청하고 반영하는 사람, 더 많은 국민들의 정답과 함께하고 그들도 신명나게 살 수 있도록 격려하고 고무하는 사람, 그가 바로 지도자다.

나라가 너무 시끄럽다. 우리나라 최고의 리더가 소통하지 않은 채, 몇몇 가신들에게 포위된 채, 그들의 말만 사실이라 믿고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만이 답이라 생각해 온 탓이다. 세상은 내가 보는 대로 보인다. 따라서 내가 본 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으며, 진정한 정답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에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우리 국민들과 대통령 자신 역시 오늘날 이러한 국제적 수모와 난관에 처하진 않았을 것이다.

백운찬 인애복지재단 대표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