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합창지휘박사

얼마 전 국립합창단이 유럽 연주를 할 때의 일이다. 일반적인 연주회에서는 연주 전 애국가를 부르는 일이 드물어서 평소 애국가를 부를 일도 들을 일도 별로 없다. 그러나 유럽 투어 중 슬로바키아에서 연주할 때는 애국가의 위력을 새삼 다시 느꼈다. 우리는 수도인 브라티슬라바에서 공연을 했다. 슬로바키아 한국대사관이 인접국 대사와 외교관들을 초청했다. 슬로바키아와 접해있는 여러 나라의 외교사절과 주변국 관계자들이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먼저 한국대사의 인사, 초청에 응해준 여러 나라 외교관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다음 슬로바키아 국가를 대한민국 국립합창단이 연주했다. 국가의 첫 소절이 노래되자 가득 메운 청중이 동시에 기립하여 예를 갖추었다. 슬로바키아 국민은 물론, 외국 외교관들도 감동어린 모습으로 경청했다. 슬로바키아의 국가는 1분30초 정도의 길이였지만 국립합창단으로서는 난생 처음 대하는 슬로바키아의 국가를 성의를 다하여 가사를 다 외워서 혼성4부 합창으로 불렀다.

이어서 대한민국의 애국가를 연주했다. 가사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어 4절까지 우렁차고 아름답게 부르는 3분30초 동안 그들의 표정은 정말 감동의 도가니였다.

국제 행사에서 외국이든 우리나라든 애국가를 합창 없는 기악연주로는 많이 연주하고 듣는다. 그러나 직접 가사를 외워서 그 나라의 발음을 익혀 합창으로 연주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 그들이 더 큰 감동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그 다음 한국의 합창곡들을 연주했다. 연주가 끝 난 뒤 리셉션에서 그들은 우리 합창단의 예술적 감각과 높은 수준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런 연주를 통하여 우리의 애국가를 맘대로 부를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 한편으로 애국가를 예술적 수준으로 끌어 올려 외국의 많은 관객에게 자랑스럽고 수준 높게 들려주면서 우리 마음에 항상 자리 잡고 있는 애국심이 함께 전달되는 것을 느꼈다.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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