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흘러도 고3의 부담은 여전
자신과의 싸움에서 최선 다하길

▲ 이선주 울산시교육청 어울림기자단(학부모)

저녁식사를 마친 나는 얼른 뒷정리를 마치고 TV앞에 자리 잡는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응답하라1988’은 아련한 추억을 다시금 생각나게 한다.

몇 년 전 방영된 ‘응팔’은 첫 방송부터 마지막까지 한 회도 놓치지 않고 본 유일한 드라마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은 고등학교 2학년의 다섯 청춘들이다. 나도 1988년엔 꿈 많고 고민 많은 여고2학년을 보내고 있었다.

11월 이맘 때 쯤 이면 모든 선생님께서 수업시간마다 고3언니들의 대입 D-DAY를 칠판에 같이 적어나가며 너희가 이젠 고3이라며 부담을 팍팍 주시고, 고2때까지 공부 안 하던 누구 누구는 고3되면서 열심히 공부해 이번 대입에 기대를 모으고 있으니 너희들도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격려 아닌 격려와 함께 대입일이 있는 12월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대입전날이 되면 고3수험생을 둔 집에서는 다음날 먹을 점심도시락준비로 엄마들의 장보기엔 정성이 두 배 깃들고 친인척들은 수험생에게 찹쌀떡을 선물하기 위해 오랜만에 다 같이 모인다.

고2 후배들은 다음날 치러질 대입일 특급작전에 온 힘을 쏟는다. 나도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새벽부터 친구들과 고사장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선발대로 뽑혀 고사장에서 다른 학교 학생들과 자리다툼도 하고 커피도 끓이고 응원가도 부르며 선배들을 응원한 기억이 난다. 드디어 시험이 시작되면 우리의 임무는 끝이 나고 교문 앞자리는 부모님들로 꽉 찬다. 각자의 소망을 담아 두 손 모아 기원하는 부모님들은 시험이 끝날 때 까지 자리를 뜨지 못한다. 이렇게 대입고사일은 대한민국 모두가 한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 날이었다.

그로부터 25년이 흘러 고3엄마가 되어보니 옛날과는 완전 달라진 입시제도에 나 또한 테스트를 통과하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수시전형과 정시전형으로 구분된 입시에다 각 대학별 전형방식도 달라서 3학년 여름방학이 지나고 나면 학생 개개인이 각자의 대입에 응시해야 해 두 배로 바빠진 고3을 보내야 된다.

고3 수험생을 위한 찹쌀떡과 수능일 후배들의 응원은 여전하지만 예전보다 비장함은 덜한 것 같다. 고3엄마가 되어보니 수험생의 부담감은 변함없는 게 확실하다. 고3은 초등학교부터 12년의 교육과정에 종지부를 찍는 일인데 처음으로 자신과의 싸움으로 보낸 1년이 끝나가는 것이다.

아쉬움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하며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원하는 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수험생이 며칠 뒤면 수능을 치른다. 정말로 시험이 코앞이다. 이런 수험생 레이스엔 고3 학생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마음 조리며 1년을 보낸 부모님과 열심히 지도해주신 선생님도 계신다.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선을 다하고 시험장을 나오면서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얘기하고 부모님을 꼭 안아드리자. 세상엔 말이 필요 없을 때도 있다. 그냥 꼭 안아드리기만 하자.

올해는 입시추위가 없기를 바라면서 수능을 보는 모든 학생이 그 날 하루만은 마법사가 되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선주 울산시교육청 어울림기자단(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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