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혁 중앙병원 신경외과 전문의가 뇌혈관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지고, 일교차가 심한 요즘 같은 날씨에는 혈관질환에 주의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대사성 질환에 관심이 높아져 뇌졸중의 발병률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혈관성 질환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민혁 중앙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와 함께 혈관성 질환 중에서도 뇌졸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뇌혈관 터지거나 막혀 생기는 질환
춥고 일교차 큰 계절에 발생률 높아
뇌조직 손상 막으려면 빠른 조치 중요
한쪽 팔다리 힘 빠지고 말 어눌해지면
즉각 재관류 시술 가능한 병원 찾아야

◇한 번 손상된 뇌 조직, 다시 회복 어려워

뇌의 대표적인 혈관질환은 일반인들이 바람(풍)이라고 이야기하는 뇌졸중(Stroke)이다.

뇌졸중의 사전적 의미는 ‘뇌기능의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급속히 발생한 장애가 상당 기간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뇌혈관의 병 이외에는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뇌졸중은 뇌출혈(출혈성 뇌졸중)과 뇌경색(허혈성 뇌졸중)으로 구분된다.

이런 뇌혈관 질환으로 인해 편마비, 언어장애, 시야장애, 의식장애 같은 심한 장애를 남길 수 있으며 위중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민혁 중앙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한 번 손상된 뇌 조직은 다시 회복되기 어려워 더욱 치명적이다. 특히 뇌출혈은 혈관이 터지면서 생기는 출혈이 뇌 조직에 직접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만큼 뇌 조직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뇌경색은 혈관이 막혀 혈액이 뇌 조직으로 통하지 않아 산소 부족으로 인한 뇌손상이 오는 것이고,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뇌세포가 죽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뇌세포가 죽기 전 혈류를 다시 공급할 수만 있다면 뇌세포의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렇게 막힌 뇌혈관을 뚫어 뇌세포에 혈류를 다시 공급하는 것을 ‘뇌혈관 재관류’라고 한다

과거부터 뇌혈관 재관류를 위한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다.

혈관을 막는 물질을 혈전이라고 하는데, 그 혈전을 녹인다고 해서 ‘혈전 용해술’이라 하고, 처음 시도는 혈전을 녹일 수 있는 약물을 정맥을 통해 주입했다. 이를 ‘경정맥 혈전 용해술’이라고 한다.

그러나 혈전을 녹이는 약물이 오히려 출혈을 유발해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하기도 했다. 여러 연구 끝에 1996년 tPA(tissue plasminogen activator)라는 약물과 막힌 혈관에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경동맥 혈전 용해술’ 등이 시행됐으나 혈관이 개통된 후 다시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 후 혈관 내 시술과 기구들이 많은 발전을 거듭했고, 최근 뇌혈관 재관류 시술에서 혈전 덩어리에 관을 넣어 흡입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페넘브라(Phenombra)’와 혈전이 있는 곳에 그물망을 펼쳐 혈전을 끌어내는 ‘스텐트 리트리버(Stent retriver)’라는 기구가 개발돼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전의 다른 기구에 비해 시술 시간도 짧아졌고, 재관류 성공률도 높아졌다.

◇뇌졸중 의심되면 즉시 병원 찾아야

실제로 환자가 증상발생 후 4시간 30분 이내 병원응급실로 내원하는 경우 CT나 MRA 촬영 후 뇌출혈이 아닌 것이 확인되고, 전신 장기의 출혈 위험성이 없고, 뇌경색으로 판단되면, 즉각 정맥을 통해 혈전을 녹일 수 있는 약제를 투입하고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동맥을 통한 재관류 시술을 할지 결정한다.

이민혁 전문의는 “시술은 대퇴동맥을 천자해 그곳을 통해 관을 삽입해 혈관이 막힌 부위를 확인하고 혈관이 막힌 원위부위까지 가느다란 관을 삽입해 혈전이 생긴 위치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확인한다. 그 후 혈전이 생긴 부위를 충분이 덮을 만한 스텐트(그물망)를 넣어 펼친 후 떨어진 혈전이 원위부로 떠내려가는 것을 최소화 하기 위해 근위부 관에 풍선을 부풀려 일시적으로 혈류를 막은 후 스텐트를 당겨 혈전을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이러한 시술을 시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발전을 이루긴 했으나 여전히 뇌출혈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며, 반듯이 재관류가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전문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재관류에 성공했을 경우 회복될 수 있는 뇌조직의 범위가 얼마나 되느냐이다. 아직 의학적으로 이를 100%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나 다양한 검사를 통해 그러한 부분들을 찾기 위해 의학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증상 발생 후 경과시간이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좋은 시간이 4시간 30분 이내이며, 6~8시간 이내에는 재관류 시도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결과가 나왔으며, 그 시간이 지나더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재관류를 시도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같이 갑자기 추워지는 시기에 뇌혈관 질환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뇌졸중이 의심되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전문의는 “한 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하거나 입이 돌아간다거나 갑작스런 의식저하가 있다면, 뇌혈관 재관류 시술이 가능한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뇌졸중 발병 시 빠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최소한의 장애를 남기고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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