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아 미디어Story창 대표 아나운서& PD

오색 찬란한 가을이라는 계절에 온 국민이 참으로 참담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언론 매체들을 통한 뉴스를 접하기 싫을 만큼이 되었다하고, 주말 극장가의 한산함이 더 영화 같은 현실이 개탄스러워서라고 한다.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온 국민이 가슴 아파하면서 침통한 민심을 촛불로 밝혀내고 있다. 몇몇 가수들은 ‘국민 위로송’을 제작해 그들의 방법으로 국민을 위로하고 있다.

지난 주말 광화문 촛불집회는 주최측 추산 100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참여한 가족단위에서부터 대학생,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촛불을 들었고 우리 모두 함께 보았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 사건 속에 아픈 민심, 상처받은 국민은 그 의지를 촛불에 가득 담아냈다.

촛불 집회는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마틴 루터 킹 목사 등 반전 운동가들에 의해 시작됐다고 한다. 촛불 집회는 비폭력 평화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이후 평화 집회를 공언하고 평화적 행동의 의미로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촛불 집회가 보편화된 것은 2008년 광우병 사태 이후 촛불문화제로 불리며 평화적 집회, 비폭력 집회라는 약속의 의미와 예의, 민심을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예부터 우리나라는 촛불로 어둠을 밝혀왔다. 서책을 가까이하는 서생과 선비들은 서책을 읽기 위해, 아낙네들은 수를 놓거나 바느질을 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예를 갖추는 자리인 관혼상제에서도 촛불의 의미는 달랐다. 기쁜 날에는 청사초롱을 밝혀 기쁨과 손님맞이의 반가움을 빛으로 표하였고, 혼례에도 ‘화촉을 밝힌다’하여 예식의 시작을 양가의 촛불 밝히는 것으로 시작해 왔다. 촛불은 이렇게 상징적인 의미 속에서도 기쁨과 밝음, 발전과 화합의 의미를 담고 있다.

촛불의 다른 의미로는 자신의 몸을 불살라 주위를 밝게 비춘다는 점에서 희생의 의미, 약한 바람에 꺼지면서도 여럿이 모이면 온 세상을 채운다는 점에서 결집의 의미,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새벽을 기다리는 불꽃이라는 점에서 꿈과 기원을 의미한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나오는 의혹과 사건들 속에 충분히 가슴 아픈 국민은 촛불에 순전하고 정결한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아픈 마음 저편에 더 나은 발전과 변화와 쇄신을 바라는 의지와 바람이 담겨 있다. 칠흙같이 어둡고 망망한 바다에서의 등대는 빛과 희망이면서 동시에 항해의 이정표가 된다. 어둠이 있기에 빛의 소중함을 이미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빛과 어둠은 공존한다.

국민 하나하나는 그 나라의 빛이다. 빛이 하나둘 모여 큰 빛을 이루듯 촛불의 진정한 의미와 힘은 촛불을 들었느냐 안들었느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우리가 이미 대한민국의 주인이라는 것, 국민은 대한민국을 밝히는 빛이라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 국민 모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국민의 소임을 다하는 것으로 빛은 더 발하게 될 것이고 빛의 의미와 힘은 달라질 것이다.

나경아 미디어Story창 대표 아나운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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