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생산량 20% 급감...쌀 소비량 감소로 가격 ‘뚝’

미곡 대금도 일년새 7천원↓...벼농사 포기하는 농민 속출

▲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신리마을 회관에서 한 농민이 2016년산 공공비축미곡 수매 과정을 걱정스런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김동수기자
울산지역 벼 재배농가들이 한해 동안 공들여 키운 벼 수확을 앞두고 불어닥친 태풍 ‘차바’로 큰 피해를 입은데 이어 쌀 가격 하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쌀 소비량 감소로 매년 쌀 가격이 10% 이상 떨어지면서 우리나라 농업의 근간이 되는 벼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16일 울산시와 울산농협 등에 따르면 올해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공비축 미곡매입의 우선지급금은 벼 1포대(40㎏)당 4만5000원이다. 이는 지난해 5만2000원에서 7000원 떨어진 가격이다. 울산시에서 매입하는 벼는 총 2131t으로 벼 재배면적과 작년 생산실적 등을 고려해 지역별로 매입량을 할당하지만 이는 전체 생산량의 10% 가량에 불과하다.

그나마 올해 정부에서 울산지역에 시장격리곡(시장가격 안정을 위해 추가적으로 매입하는 벼) 1128t을 추가 할당한 것이 농민들에게 도움을 줬다.

정부 매입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쌀은 지역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매입하지만 그 가격은 정부보다 낮은 1포대당 3만2000원이다. RPC의 매입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중간 가공과정을 거치면서 인건비 등이 붙는데다 시장의 가격영향을 더욱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올해 울산지역 쌀 생산량은 태풍으로 인한 침수피해로 작년에 비해 20% 가량 급감했지만, 지역농가들은 이마저도 쌀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헐값에 내다팔고 있다.

울주군에서 벼농사를 짓는 농민 김정규(47)씨는 “태풍 차바가 오면서 도랑에 있던 토사들이 밀려와 논을 덮어버렸다. 어떻게든 살려본다고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쌀값이 이렇게 자꾸 떨어지니 허탈한 심정”이라며 “집에 소를 키우느라 볏짚이 필요해서 벼농사를 짓고는 있지만 생각같아선 다른 작물을 키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결국 애써 키워봤자 남는게 없는 벼농사를 포기하는 울산지역 농가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울산지역 벼 재배면적은 최근 5년간 꾸준히 감소하면서 지난 2011년 6217㏊에서 올해 4695㏊로 줄었다. 울산지역 벼 재배 농가들은 개발용도로 토지를 매각하거나 타작물재배로 전환했다.

농소농협 RPC 관계자는 “벼 재배농가와 생산량은 줄어도 농협의 매입량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그나마 가을이 지나고 쌀값이 오르면 팔기 위해 농가들이 창고에 별도로 보관했지만, 이제는 쌀값이 오를일이 없다보니 농협측에 전량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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