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그나마 만든 저류지도 부실투성이

▲ 혁신도시 내 유곡천저류지. 유입구만 있고 유출구가 별도로 없어 강물이 들어왔다 그냥 나가는 구조여서 저류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LH는 도시개발 이후 산지면적이 증가한다는 등의 부실한 설계로 빗물의 양을 의도적으로 축소해 혁신도시 내에 5개의 저류지만 만들었다. 그러나 그나마 만든 5곳의 저류지 중 4곳이 부실하게 조성돼 제 역할을 못했고 결국 하류 지역의 수해를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울산대 방재연구소장인 조홍제 교수와 함께 LH가 조성한 혁신도시 저류지를 둘러보고 문제점을 확인했다.

유곡천저류지 빗물 절반만 가두고
장현천저류지는 병목현상마저 생겨
유입구보다 유출구 낮은곳에 있는
복산천저류지도 홍수조절에 실패

◇강물 제대로 못가둔 유곡천저류지

울산시 중구 유곡동 유곡천저류지는 깊이 3.26m로 4475t의 물을 가둘 수 있게 설계됐다.

유곡천저류지는 하천을 흐르는 모든 물이 저류지를 거쳐가는 ‘온라인’ 방식이 아닌 일부 강물만 유입시키는 ‘오프라인’ 방식에 가깝지만 별도의 유출구가 없어 강물이 다시 유입구로 흘러나가는 기형적인 구조로 설계됐다. 그래서 이번 수해 전부터 빗물을 제대로 가두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많이 받아왔다.

수해 후 LH는 당시 유곡천저류지의 수위가 급상승해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LH의 해명과는 달리 저류지의 수위가 1.2m 정도만 상승했고 여유고까지 공간이 많이 남아있었던 점이 확인됐다. 평소 바닥에 물이 수십㎝ 이상 고여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유곡천저류지는 계획 용량의 절반도 채 빗물을 가두지 못한 것이다.

단순히 빗물을 많이 가두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홍제 울산대 교수는 “유곡천저류지는 유입부가 하천 바닥과 닿아 있어서 물이 조금만 불어도 저류지로 들어가는데 이렇게 되면 저류지로서의 의미가 없다”며 “작은 비가 내릴 때는 강물이 저류지를 지나쳐 하류로 흘러가게 하고, 큰 비로 강물이 급격하게 불어났을 때 물을 가둬 하류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이것은 구조가 유사한 약사천저류지에도 해당되는 문제”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또 “M자 모양으로 설계된 저류지의 입구를 W 모양으로 바꾸고 위치도 1m 이상 높여야 저류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선의 방법은 저류지를 유곡천까지 확대해 온라인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입구-유출구 맞닿은 복산천저류지

중구문화의전당 옆에 설치된 복산천저류지는 5m 깊이에 7515t의 빗물을 가둘 수 있도록 조성됐다. 하지만 이번 수해 당시 수위가 불과 1m도 채 차오르지 않아 홍수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 교수는 “유입구와 유출구의 위치가 너무 가까운 게 1차 원인이고, 유입구보다 유출구의 높이가 낮은 게 2차 원인”이라며 “규모가 작은 것은 차치하고, 지금의 저류지라도 제대로 활용하려면 유출구의 위치를 높여서 어느 정도 물이 찬 후에 유출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복산천저류지에서 나오는 물의 일부는 명륜로를 따라 태화강으로 빠져나가는데 이럴 경우 태화시장쪽 물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그만큼 복산천저류지의 역할이 큰 셈”이라고 강조했다.

◇장현천 범람과의 연관성 제기된 장현천저류지

이번 수해 당시 장현천의 범람으로 인근 농지와 비닐하우스들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이 과정에서 침수방지에 도움을 줘야 할 저류지가 오히려 침수를 가중시켰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 교수는 “장현천은 장현천1교와 2교를 지나면서 10m 이상 넓어졌던 하천 폭이 저류지쪽으로 내려오면서 3m까지 좁아지는 구조라 유량이 늘어나면 병목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물흐름이 원활하지 못한데 저류지에서 다량의 빗물이 흘러나오면 범람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하천의 유량을 줄이기 위해 저류지를 만들었다면 하천의 물이 저류지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유입부가 없다”며 새로운 유입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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