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었다. 이 날을 전후해 지방 자치단체나 환경단체들은 물의날 행사를 하고 언론들은 이를 보도하거나 혹은 자체적으로 특집을 내기도 하면서 물의 날을 기념했다. 그러나 의례적인 행사와 물의 위기에 대해서 실감하거나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 같다.  물의 사용량은 인구의 증가와 산업의 발달로 50년전에 비해 5배가 증가하고 있는데수질오염으로 세계 10%가량의 하천은 식수로 부적합하고 수자원이 지역적으로 편재되어 있어서 현재 전 세계의 40%가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으며 21세기에 인류가당면할 위기는 석유 에너지의 부족이 아니라 원초적으로 생명과 직결되는 물이 부족한데서 올 것이라는 미래 학자들의 주장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세계 평균에 비해 1.3배가 되지만 좁은 국토에 인구가 많아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5%에 불과하고 그나마 강수량의 3분의 2가 여름 장마철에 집중되어 유속이 빨라 활용 조건이 매우 불리하다.  반면에 물 사용량은 그야말로 물 쓰듯이 써서 1인당 하루 395리터 OECD 회원국인 프랑스(281리터) 덴마크(246리터) 독일(132리터) 보다 많게는 3배나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 후년인 2003년이면 수자원 예비 율이 0%로 전락하고 2006년 9억톤 2016년 25억톤이 부족하게 된다는 것인데 댐의 건설도 중요 하지만 이제는 물을 사용함에 있어서 물에 대한 생각을 근본 적으로 새롭게 할 때가 된 것이다.  대저 물이란 무엇인가? 물은 생각하면 할수록 그 신비가 한이 없고 신령함과 고마움 또한 끝이 없어서 참으로 한사발의 물이라도 헛되이 할 수가 없다. 대지이자 생명의 모태인 흙도 그 가슴에 물을 품을 수 있어야 비로소 한 생명을 잉태 할 수가 있고 뜨거운 태양과 모래바람 휘날리는 황무지로서 도무지 생명이라고는 존재 할 수 없는 사막도 그곳에 물만 공급되면 어느새 풀과 나무가 자라고 생명체들이 깃들어 숨쉬는 오아시스가 된다.  우주의 수많은 행성 중에서 지구가 생명이 살아있는 푸른 별이게 하는 것은 거기에물이 있기 때문이다. 물은 모든 생명과 불가분의 관계로 그토록 중요하면서도 끊임없이 낮은 데로 흘러서 겸손함과 신령함을 가르치고 있다. 2천몇백년전 동양의 철학사상가 노자는 "모든 만물의 근본으로 도를 설명하면서 물과 같다"고 했다. 관자 역시 "물은 모든 것의 근본이며 모든 생명의 바탕이라고 하고 위서에는 하늘이먼저 물을 낳고 땅이 이어서 온기인 불을 만드니 이로서 생명의 싹이 돋는다 그러므로 물이란 오행의 그 처음이며 만물이 이로써 그 생명을 유지하는바 물이란 원기의 진액"이라고 했다. 또한 서양 자연철학의 시조라고 일컫는 달레스라는 사람도 물은 세계만유의 본원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태초에 생명이 물에서 태어나 뭍으로 진화해 왔듯이 우리 인간의 태어남 또한 이와같은 것인데 어머니 자궁속 양수 속에 떠 있으면서 인간의 모습을 갖추어 비로소 어머니 몸밖으로 나온다. 이처럼 모든 생명을 이루는 기본 물질은 물이고 우리의 몸속에서 기본생명 물질인 수분이 점점 메말라 가는 것이 다름 아닌 늙어가는 것이고죽어가는 것이다.  인간은 매일 2.5리터 정도의 물을 섭취해야하고 수분이 단시간 내에 1~2% 줄어들면심한 갈증을 느끼고 5%정도 잃으면 혼수상태가 되고 12%정도가 없어지면 죽게 된다. 우리들의 할머니들이 뒤뜰 정갈한 장소를 골라서 정화수 한 그릇 받쳐놓고 그 앞에 무릎을 꿇어 감사하고 복을 구했던 것은 물의 소중함과 신령함을 생활 속의 철학으로터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에 우리들은 안타깝게도 물의 소중함이나 신령함 모두를 잊어버리고 함부로 대하므로 서 주변의 모든 물들이 오염되어가고 그 벌로서 한 모금 마실 물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물에 대한 생각이나 물을 대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새롭게 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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