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편-네편 가르다 보면 인물난 겪어
국정위기도 자주 겪을수밖에 없어
세계일류 정부 위한 인재풀을 키워야

▲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전 언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기간중 자신을 가장 격렬하게 비난한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19일 회동했다. 미국언론들은 롬니를 가장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꼽는다. 앞서 17일 트럼프는 경선 막판까지 경쟁했던 크르주 상원의원을 만났다. 크루즈는 전당대회에서 “양심에 따라 투표하라”며 트럼프 지지를 끝내 거부했던 인물이다. 또 경선 기간 자신을 비난했던 공화당의 신예 헤일리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와도 접촉했다. 밀러 트럼프 인수위 대변인은 방송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이들은 과거 경쟁자였다. 전에 우리와 정면충돌했다. 하지만 우리는 한 팀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국 정치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누군가 이런 인재등용을 제안한다면 ‘정치를 모르는 이상주의자’라는 비아냥을 들을 일이 미국 정치에서는 보편적이다. 트럼프 뿐만 아니라 역대 미국 대통령은 정치적 반대자들을 발탁하는 것과 반대당 출신을 등용하는 것을 당연시 해 왔다. 경제, 외교, 국방같은 분야는 ‘내편 네편’이라는 개념이 없다.

미국은 어떻게 이런 생각과 결정을 할 수 있을까. 미국의 지도자들은 물론 일반 유권자들도 정치와 정부가 단지 미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유와 청교도 정신으로 건국한 나라답게 세계에 기여하고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한국은 정반대다. 집권하면 반대당(야당) 인사들은 정부인사에서 우선 배제된다. 당내 경선기간중에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도 발탁대상에 오르지 못한다. 직전 정부 인사들도 대부분 제외된다. 여야가 바뀌어도 똑같이 되풀이 될 뿐 어떤 당이 집권을 해도 인재풀이 넓혀지는 경우가 없다. ‘내편이 아니라도 유능하고 꼭 필요하면 등용한다’는 생각 자체를 대통령이든 집권당이든 못한다.

왜일까. 한국은 ‘우리나라가 세계에 기여한다거나 지구촌에 유익해야 한다’는 세계관이 형성돼 있지 않다. 세계관은 세계를 상대로 일을 해본 경험과 역사가 길어야 생성되는 것이다.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이후 수출입국과 월남파병으로 밖으로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지만 그 또한 우리 자신의 먹거리를 밖에서 구한다는 경제욕구의 대외적 분출이었을 뿐이었다. 우리가 세계를 위해 구체적으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이 되면서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정책을 국제적인 공유정책으로 채택되게 한 것이 첫 경험이었다. 이렇듯 국제사회에 기여한 역사가 짧기 때문에 한국 정치지도자들의 뇌리에 세계적으로 기여하고 세계적인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세계일류 정부를 만들어야한다’는 개념이 별로 없는 것이다.

박정희대통령 시절만 해도 일부 반체제 인사들을 제외하고 인재의 거의 80~90%를 가동했다면 민주화이후에는 반대당빼고, 당내 반대편(경선상대) 빼고, 지난 정부인사들까지 빼고 등용하다보니 인재풀이 작게는 전체의 8분1, 많아야 4분의 1선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5000만 밖에 안되는 인구에 이렇게 작은 인재풀로 국가를 운영한 결과 미국은 물론 인재가동률이 높은 독일을 비롯한 서구선진국과 중국 등에 비해 국정위기가 잦은 것은 불가피한 것이다. 한국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간단하다. 인재풀을 키우면 된다.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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