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다른 개성으로 승부하려면
사소한 부분의 차별화보다는
틀을 바꾸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

▲ 이근용 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우리는 같은 것을 지루해하고 늘 다른 것을 찾는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주말에는 등산도 가고 여행도 간다. 옷 입는 것도 어제와 다르게 입고, 외모도 다르게 가꾸고 싶어 한다. 다른 사람과 같지 않은 나만의 개성과 취미를 갖고자 한다. 기업들도 시장에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서 늘 고심한다.

방송 프로그램도 늘 달라야 한다. 종일 방영되는 수많은 채널에서 같은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경우는 재방송 밖에 없다. 프로그램 포맷이나 내용을 다르게 만들기 위해서 프로듀서, 작가, 연출자, 제작진들은 아이디어를 쥐어짠다. 광고 제작진도 15초 내지 20초의 광고물 안에 밀도 있는 메시지를 독창적으로 담기 위해서 피 말리는 작업을 한다.

방송, 광고,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같은 콘텐츠 분야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기존의 것과 다르게 창의적으로 만들어야 그 일의 가치를 인정받는 분야다. 콘텐츠 산업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문화예술계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제4차 산업혁명을 맞아 교육 의무화를 추진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도 창의력이 핵심임은 물론이다.

기업 마케팅 활동의 대부분은 소비자나 고객에게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경쟁사의 것과 어떻게 다른가를 알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브랜드 역시 ‘다름’의 가치가 중시되는 대상에서 빼놓을 수 없다. 마트에 전시된 여러 브랜드의 상품들은 소비자들에게 무엇을 골라야 할지 곤혹스럽게 한다. 성분을 따지고 가격을 따지면서 상품을 고르다 보면, 한 두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그런데 상표명이 다른 동일 유목의 제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가격이나 성분, 재질에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부분은 타사 제품과 가격이나 원료, 포장디자인과 같은 몇 가지 요소의 차별화 경쟁에 의한 것들임을 알 수 있다. <디퍼런트>의 저자인 문영미는 동일 유목의 제품들이 비슷비슷해지는 이런 현상을 ‘카테고리의 평준화’라고 부른다.

어느 브랜드의 제품이나 비슷해지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매년 소비트렌드를 분석하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은 올해의 이런 경향을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애플이나 구글, 할리 데이비슨과 같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충성 고객을 끌고 가는 브랜드들도 있다.

기업들은 정해진 경기장에서 동일한 규칙으로 경쟁해서는 선두를 따라 잡기도 어렵고, 유지하기도 어렵다. 창조적 파괴를 통해 다른 규칙의 경기장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 애완견 로봇, 팬티형 기저귀 같은 예에서처럼 카테고리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소니는 로봇의 불완전성을 애완견이라는 한정어를 붙여서, 킴벌리(하기스)는 기존의 꽉 조이는 기저귀와는 다르다는 것을 팬티형이라는 범주어를 붙여서 다른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때로는 리얼뷰티 캠페인을 전개한 도브 비누광고나 태양의 서커스단 공연과 같이 역발상의 의외성도 필요하다. 도브는 화장을 지운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태양의 서커스단은 기존의 서커스에 대한 통념을 깨고 무용, 연극, 뮤지컬 등을 조합한 새로운 영역의 예술 카테고리를 창조해냈다.

문영미는 미래의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공유할 특징으로, 희귀한 가치의 제안, 거대한 아이디어의 실천, 인간적인 숨결의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여기에, 풍요와 과잉의 세상에서 여백과 침묵이 오히려 희귀성의 가치가 될 수 있으며, 사소한 부분의 차별화가 아니라 아이처럼 자유롭게 상상하고 편견 없이 세상을 보면서 변화를 꿈꾸는 아이디어를 실천하고, 인간의 복잡하고 모순된 생각과 감정을 수용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부가 설명을 덧붙인다.

다름이 창조로 이어지려면 소소한 측면에서의 차이나 변화가 아니라 틀을 바꾸고 차원을 바꿔서 보는 게 필요하다. 여기에 순수한 호기심, 상상, 변화, 포용, 도전, 기지 같은 것들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존의 관행과 제도, 일방적 압력, 수직적 관계와 같은 것으로 창조를 이룰 수는 없는 일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광고, 방송, 영화, 문화예술 같은 창의성이 강조되는 분야의 인사가 많이 연루돼 있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근용 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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