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합창지휘박사

결혼식이 많은 늦가을이다. 결혼행진곡도 많이 듣게 된다. 대체로 신부는 바그너(Richard Wagner) 작곡의 결혼행진곡과 함께 입장한다. 이 결혼행진곡은 오페라 로엔그린(Lohengrin)에 나오는 곡이다. 바그너는 독일의 중세 서사문학에 나타나는 독일 남단 알프스지역(지금 독일 바이에른)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전설을 직접 각색하여 대본을 썼다.

10세기 초 하인리히 1세가 헝가리를 침공하기 위해 브라반트(Brabant) 공국을 방문한다. 공국의 왕좌를 노리는 텔라문트 백작의 고소로 왕녀 엘자(Elsa)가 자기가 상속자가 되기 위해 상속자인 자기 남동생 고트프리트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게 된다. 그러나 고트프리트는 죽은게 아니었다. 텔라문트 백작의 부인 오르트루트(Ortrud)가 마법을 걸어 백조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엘자의 간절한 기도로 성배의 기사 로엔그린이 백조를 타고 나타나 텔라문트와의 결투에서 그를 무찌르고 엘자를 구한다. 엘자에게 로엔그린은 자기가 누구인지 묻지 말 것을 조건으로 결혼한다.

이 때 결혼행진곡이 연주된다. 그러나 오르트루트의 꼬임에 빠진 엘자는 결혼식 첫날 밤에 로엔그린에게 당신의 정체가 무엇이며 어디서 왔는지 말하라고 다그친다. 견디다 못한 로엔그린은 할 수 없이 자기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지 밝히면서 이제 결혼 약속이 깨졌으니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자기를 데리러 온 백조를 타고 성배의 나라로 돌아간다. 이때 오르트루트가 나타나 백조가 엘자의 동생이라고 밝히며 성배의 기사가 떠났으니 자신이 승리한 거라며 자축한다. 그때 강을 건너려 강둑에 올라간 로엔그린의 기도로 마녀는 그 자리에서 죽고 백조는 마법이 풀려 엘자의 동생으로 되돌아온다. 승리의 노래 속에 비둘기의 인도를 받으며 떠나는 로엔그린을 보며 엘자는 너무 큰 자괴감과 실망감에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은 결말이 결코 아름답거나 행복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이 결혼행진곡이 널리 쓰이고 있다. 딴~딴~딴딴으로 시작하는 음이 신부의 첫 걸음에 너무나 어울리기 때문일게다. 이미 너무 많이 불려지고 합창으로 잘 알려져 있으니 굳이 말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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