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과 리더십 부재에 아연실색
변명만 내놓는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
최고지도자답게 책임지고 사태수습을

▲ 박철종 사회문화팀 부장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와중에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표를 제출했다. ‘최순실 게이트’ 정국이 권력 내부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검사 출신인 두 사람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권력유지를 위한 핵심이다.

사상 초유의 동반 사의를 표명한 정확한 내막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단지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최순실 사건의 공범으로 규정한데 대한 책임표명 차원으로 분석된다. 검찰의 중간 수사발표 다음 날인 지난 21일 사의를 표명한 점이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최 수석은 지난달 30일 임명됐으나 공식적으로 임명장을 받은 것은 지난 18일이다. 불과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검찰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권력을 지켜주는 두 수레바퀴의 이탈은 예사롭지 않다. 대통령과 검찰 사이 팽팽한 긴장과 갈등을 견디지 못한 결과라면 더욱 그렇다. 권력의 내부 붕괴로도 이어질만한 ‘빨간 신호등’일 수가 있다. 대통령이 탄핵·하야 압박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다른 국무위원들의 거취는 물론 공직사회 전반에 파급력을 미칠 수도 있다. 특검을 앞둔 박 대통령이 두 사람의 사표를 수리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특별검사 조사까지 받아야 할 박 대통령에게는 돌출된 난관이다. 자칫 특검과 탄핵정국을 박 대통령이 혼자 헤쳐가야 되는 형국이 펼쳐질 수 있다.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말라’는 격언이 떠오른다. 더러는 떨어지는 칼날은 피하고 보는 것이 상책이라고도 한다. 두 사람의 사의는 검찰 수사를 막지 못한 도의적 책임을 진 것인지 모른다.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에 맞닥뜨린 박 대통령을 위한 방패 역할과 전략 수립에 제약이 컸을 법도 하다. 그로 인한 개인갈등과 중차대한 직책에서 벗어날 명분으로 검찰 수사발표 시점를 택하지는 않았을까.

대통령의 무능력과 실체를 지켜보며 국민들은 몸서리 치고 있다. 대기업과 결탁해 서민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최씨 일가에 재산을 은닉했다는 의혹은 반드시 짚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정작 대부분의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몇 백억’ 때문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 권력을 이용해 철저히 사익을 탐닉한 국정농단에 아연실색하는 것이다.

공직자의 직무유기는 국민들의 생명까지 좌지우지한다.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은 일반국민보다 앞서 판단하고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세월호 7시간’이 중요한 이유는 ‘보톡스’ 때문이 아니다.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제때 올바른 대처를 했는지 규명하기 위해서다. 대참극의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7시간 후에 엉뚱한 질문을 하니 문제가 됐다.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분노도 그 두려움과 공포가 함께 표출된 결과이다. 국정 공백에 좌절하고 상황대처 능력이 없다는 확신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작금의 사태는 루비콘 강을 건너는 형국이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본질을 감추고 엉뚱한 곳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정치적 이슈로 변질되고 있다. 국론이 분열되면서 사안의 본질과 상관없이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최고지도자답게’ 일찍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 지경일까. 능란한 말 뒤집기에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은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최고지도자답지않게’ 변명으로 일관한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이며,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국정농단과 리더십 부재를 접한 국민들은 참으로 불행하다.

박철종 사회문화팀 부장 bigbell@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