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미포·대우·삼성, 발주 취소·계약 해지
선박 인도 연기 요청 등...자금 유동성 부담 가중

▲ 사진은 현대중공업이 1999년 미국 트랜스오션사에 인도한 반잠수식 시추선 ‘딥워터 노틸러스’호. 올해 노르웨이 프레드 올센 에너지사로부터 발주 취소 당한 시추선과 비슷한 규모와 형태다.

올 들어 극심한 수주가뭄과 구조조정에 따른 노사갈등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조선업계가 최근에는 수주 물량의 인도 지연과 계약 취소까지 겹치는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발주처들의 경영 상태가 악화되거나 에너지 및 해운경기의 회복 조짐이 늦어지면서 계약 취소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도 지연으로 잔금 지급이 늦어질 경우 유동성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조선사들이 당초 세웠던 자금 유입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주지역 시추업체인 애트우드 오셔닉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이동식 드릴십(시추선) 2척에 대한 인도 연기를 요청했다. 애트우드 오셔닉은 지난 2012년 9월과 이듬해 6월 대우조선해양과 드릴십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맺었다. 전체 계약 규모는 12억달러에 이른다.

이 회사는 당초 지난해와 올해 드릴십 2척을 각각 인도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인도 연기를 요청하면서 한 차례 인도가 지연됐다. 인도 연기 요청에 따라 원래 내년 9월과 오는 2018년 6월 인도할 예정이었는데 또다시 연기를 요청한 것이다.

애트우드 오셔닉은 당초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인도한 드릴십을 브라질 지역에서 진행되는 시추 프로젝트에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국제 유가 회복 지연 등 현지 업체 사정으로 드릴십 투입 시기도 자연스레 미뤄졌다.

대우조선해양은 또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인 소난골의 드릴십 인도 지연으로 1조원 가량의 유동성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월 노르웨이 선주사인 에다 어코모데이션이 발주를 취소한 ‘선박 호텔’의 선수금 일부를 돌려줬다. 선수금 6900만달러(약 800억원)의 일부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중재가 종결됐다.

현대중공업은 경기가 회복되는 대로 이 선박의 매각을 직접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 노르웨이 프레드올센에너지로부터 6억2000만달러 규모 반잠수식 시추선에 대한 발주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아 역시 중재를 신청한 바 있다. 이 시추선은 지난해 3월까지 인도할 예정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이들 취소 선박에 대해 각각 지난해 3분기와 올해 1분기에 이미 손실분을 반영, 중재 종결에 따른 추가 손실을 최소화했다.

현대미포조선은 최근 LPG운반선 발주처인 대양주 소재 선주사로부터 해당 선박 두 척의 인도 일정을 미뤄달라는 요청을 받고 계약서를 수정했다. 이에 인도 날짜는 기존 2017년 7월 31일에서 2018년 4월10일로 지연됐다.

삼성중공업도 ‘프렐류드’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가 인도가 지연됐다. 완성도를 극대화 하기 위해 출항 시기를 지난 9월에서 내년 4월로 연기한 바 있다. 자금 지급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추가 비용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가 올해 1~10월까지 수주한 사업 규모는 46억8000만달러(약 5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78.8%나 급감하는 등 극심한 수주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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