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사회문화팀

지난 6월 국내 조선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선정될 당시만해도 울산지역 조선업 근로자들은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있었다. 일감 부족,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대규모 구조조정 위기에 처했던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은 더욱 컸다. 실직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지원책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일자리대책은 공공근로와 다를 바 없었다. 공원 청소, 주차장 관리, 벽화 그리기, 태풍 피해 복구 등이었다. 심지어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하는 외국어 교사 지원사업까지 있었다. 조선업종에서 숙련공으로 수십년간 일했을 근로자들의 경력을 살릴 일자리는 사실상 전무했고, 임금도 법정 최저치에 불과했다. 그러면서도 조선업 관련 실직자 또는 가족, 조선업 불황 등에 따른 폐업 자영업자 등을 우대하겠다고 했다.

폐업 또는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국내 조선업종 협력업체를 돕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또 하나의 대책은 ‘고용유지지원금 확대’이다. 폐업이나 해고 대신 휴업이나 유급휴직을 선택해 고용을 유지할 경우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의 혜택을 받은 울산지역 업체는 9곳(104명, 6957만여원)에 불과했다. 폐업이나 해고에 비해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고용유지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혜택이 되지 못한 셈이다.

정부 대책이 겉돌고 있는 사이 현대중공업에서만 수천명의 실직자가 발생했다. 지난 4월 말 기준 295개 협력업체에서 3만900명이 근무했지만 지난달 말 기준 260개 업체, 2만6884명으로, 35개 업체가 폐업하고 4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조선경기 불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박 건조 시장 부진, 해양플랜트 발주 위축 등으로 신규 수주와 건조 단가, 수출 등에 악재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깨진 항아리에는 아무리 물을 부어도 가득 채울 수 없다. 하지만 깨진 부분을 막으면 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고용부는 실직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지원이 실효성이 있는지 등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왕수 사회문화팀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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