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29일 제3차 대국민담화를 갖고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최순실 사태 발발 이후 처음으로 하야를 언급한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박대통령 발언의 진정성에는 여전히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탄핵을 준비하던 야당도 즉각 “한마디로 탄핵을 앞둔 교란책이고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탄핵절차에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단일대오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야당의 말대로 탄핵을 피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지난 2차 담화에서 이미 검찰수사를 받겠다고 해놓고 약속을 저버린 바가 있는데다 이번 3차 담화에서도 스스로 일정을 밝히지 않고 국회에 맡기겠다고 함으로써 정치적 쟁점화를 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퇴진을 거론한 것에는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은 국정마비 최소화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설사 박대통령이 탄핵을 피하려고 꼼수를 부렸다고 하더라도 국회가 이를 꼼수가 되지 않도록 풀어가면 된다. 야당이 마냥 정치적 계산만 하다가는 정국 혼란을 더 키우고 결과적으로 민의를 좇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탄핵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탄핵안 가결을 위해서는 여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여당의 이탈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상황 변화가 생긴 만큼 두 야당과 대통령 탄핵 절차 진행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했다. 국회는 탄핵을 잠시 미뤄두고 일단 대통령의 퇴진을 위한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물론 대통령 퇴진 논의와 상관없이 최순실 사태에 대한 의혹 규명은 계속돼야 한다.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에 국한하고 있다. 비리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조사에 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조사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의혹을 키우고 있는 박대통령은 스스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거나 검찰조사를 통해 의혹규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거대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는 대통령의 거취 문제나 탄핵 등의 정국 상황과 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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