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에 걸친 촛불집회서 보여준
성숙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경제위기 극복, 함께 힘 모아야

▲ 윤동열 울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울산인적자원개발위원회 선임위원

촛불집회에서도 보여준 보다 성숙된 시민 의식이, 정당의 이익과 대권을 위해 탄핵시기와 방법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회적 변화와 안정을 이끌어 내고 있다. 실제 광화문 광장에서는 100만명 이상 운집한 상황에서도 주변 상점들은 평화롭게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조차도 시위가 폭동이나 약탈로 번지는 상황과는 달리, 엄청남 규모임에도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시위 모습이 우리 나라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외신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학에서 인사조직 관련 과목을 가르치는 필자의 입장에서 요즘 청년들은 상당히 수동적이고 본인의 관심사가 아니면 세상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평가를 내뱉곤 했다. 필자가 대학생활을 하던 1990년대 전후 학생운동은 민주화라는 가치를 두고 때로는 다소 과격하고 폭력적이었던 시위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5차에 걸친 촛불집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수동적이고 이기적이라고 평가했던 그들이 아니었다. 시민들 특히 노인들이나 수능을 마치고 상경한 아직 시위에 참가하기에는 앳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애쓰는 청년들, 저지하는 경찰과의 과격한 충돌이 없도록 자제하는 청년들, 시위가 끝나고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묵묵히 주변정리를 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내 생각이 옳지 않았구나 반성하고 돌아보게 되었다. 100만명 이상이 운집한 광장이 다음날 새벽이면 다시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고 여느 일요일과 다르지 않게 평범하기만 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현실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국정마비로 인하여 제조업 가동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고 서비스 업종, 요식업 매출이 급감하면서 위기로 치닫고 있다. 실제 가계와 기업 등 지역경제 주체들이 체감하는 실물위기는 이미 외환위기 수준 이상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더라도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3%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정국이 혼란한 가운데 내년도 실업률도 3.9%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는데 이는 외환위기를 벗어난 2001년 4.0% 이후에 최고치이다.

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내년 고용시장의 체감온도도 올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구직포기자, 주부, 학생 등 비경제활동인구는 내년도에는 1615만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던 인구가 경기둔화와 불확실한 취업시장 등에 대한 우려로 구직활동에 나서면서 실업률 지표를 상승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구나 주요 대기업들은 정년 연장과 불투명한 경기 전망으로 신규직원 채용규모를 줄이고 있다. 작년 10대그룹 채용인원이 8만여명이었던 것에 비해 10%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지역을 보더라도 조선업종 위기 여파로 매년 두 차례 신규직원을 채용하던 현대중공업도 하반기에는 채용을 보류한 상태이다. 이러한 고용시장의 위기는 단기적인 고용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업 임시직에 비해서 근로자의 임금이나 복지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되었던 제조업 상용직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청년 실업률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13년 통과되어 올해부터 시행 중인 정년 60세 법안은 내년부터 중소기업에게도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기업이 청년을 채용하면 고용보조금을 지원하는 세대 간 상생고용 지원사업 요건을 실제로 갖추기란 쉽지 않으며 연공서열 중심의 경직된 임금체계와 특히 기업규모, 정규직 여부, 노동조합 유무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분절되어 있는 노동시장의 왜곡요인은 일자리창출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촛불집회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이 발현된 것처럼 경제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정치개혁과 위기극복 리더십의 회복이 절실하다.

윤동열 울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울산인적자원개발위원회 선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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