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촛불에도 사고없는 평화집회는
우리나라 안전문화에 시사하는 바 커
개인 안전의식이 사회 안전문화의 토대

▲ 박현철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경영학 박사

최근 국가전체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전국적 촛불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일 토요일에는 주최 측 추산 232만명이 평화적 시위에 참여하여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했다. 전국의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이고도 큰 안전사고가 없는 평화적 시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에 외신들마저 놀라고 있다.

그동안 대중집회 때마다 보아왔던 폭력시위, 과잉진압 등과는 사뭇 다르다. 이는 집회 참가자는 물론 경찰, 언론 등 모두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 결과일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현안 및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의견은 국민들 간에 다를 수 있겠지만 평화집회가 우리의 안전문화에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시위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최우선으로 여겼던 안전제일의 생활화와 안전수칙 준수는 안전 선진국으로 가기위해 우리 산업현장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안전문화이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의 산업현장에서 안전수칙 준수의 생활화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산업안전 실적에서 잘 나타난다. 국제적으로 재해율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안전 후행지표로 ‘사망만인율’이 있는데 이는 ‘근로자 1만명당 업무상 사고 및 질병으로 인한 연 사망자수’을 의미한다. 2015년 국가별 사망만인율 실적을 보면 영국 0.05, 독일 0.20, 일본 0.27, 미국 0.35, 한국 1.01로서, 한국은 영국의 20배, 독일의 5배로 높다. 안전인으로서 정말 부끄러운 실적이다. ‘Swiss Cheese Safety Barrier Model’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우리의 산업현장에서 안전설비, 시스템, 안전수칙 준수, 안전보호구 등의 방어벽들이 동시에 뚫리는 것이 빈번하여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의 혁신적인 산업안전 정책아래, 기업 경영자는 안전설비 투자에, 관리감독자는 시스템 운영에, 근로자는 안전수칙 준수와 안전보호구 착용에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혁신적인 안전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 안전은 우리 모두에게 필수이고 누려야 할 특권이다. 내 안전은 내가 지키고, 또한 나의 동료의 안전도 내가 지켜야 한다. Maslow의 인간욕구 피라미드에 의하면 사람들은 1단계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면 ‘안전의 욕구’를 거쳐 ‘소유의 욕구’가 나타난다. 이미 선진국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1인당 GDP가 3~4만달러 수준을 넘어가는 과도기에서는 ‘안전의 욕구’ ‘소유의 욕구’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정부와 기업은 ‘안전의 욕구’를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직원이나 국민으로부터 큰 저항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선진기업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기업위험관리(ERM Enterprise Risk Management)를 도입해야 한다. ERM을 통해 산업안전, 환경, 법규, 제품, 기업 이미지 등에 숨어 있는 위험요인들을 과감히 노출함으로써 그동안 간과돼 왔던 위험요인들을 새롭게 인식하고 산발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위험관리를 체계적으로 재구성하여 기업의 모든 임직원들이 공유함으로써 단점을 극복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 시켜야 한다.

우리는 현재 안전 선진국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안전 후진국으로 갈 것인가 기로에 있다. 우선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 산업화, 도시화, 인구통계학의 변화, 기후변화 등의 메가트랜드로 인해 진전된 복잡한 사회의 위험수준은 점점 더 높아가고 있으므로 각 개인이 선진 안전의식을 일깨워 안전수칙 준수를 생활화함으로써 개인안전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 때다. 개인안전문화의 정착이 곧 그 기업, 그 사회의 안전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현철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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