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고래생태체험관

▲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내 고래생태체험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돌고래 전용 수족관이 있다. 꽃분이, 아롱이, 두리 등 3마리의 돌고래를 손을 내밀면 닿을듯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울산시 남구 제공

‘꽃분이’를 못 본지 두 달이 되어간다. 고래생태체험관이 수족관 보수와 구조 변경 공사로 연말까지 임시휴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고래생태체험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돌고래 전용 수족관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1층 해저터널과 어류수족관, 2층 고래수족관과 4D 영상관, 3층 전망대와 미니 동물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음먹으면 언제든 볼 수 있었던 녀석을 못 보니 날씨마냥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그래서 사육사와의 인터뷰를 구실삼아 학예사를 따라 나섰다. 돌고래들의 보조풀장이 있는 건물은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곳으로 학예사의 동행 출입만이 가능한 곳이었다.

▲ 고래생태체험관은 해저터널과 어류수족관, 고래수족관과 4D 영상관, 전망대와 미니동물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입구에서 장화로 갈아 신은 후 소독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 곳에 반가운 얼굴들이 있었다. “꽃분아”하며 손을 흔들자 꼬리지느러미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끼끼끽”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너무 신기해 어리둥절해하며 머뭇거리자 별일 아닌 듯 사육사가 다가왔다. 작은 체구에 큰 눈망울을 가진 금방이라도 까르르 터질 듯한 볼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경력 7년이지만 막내 사육사라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돌고래 수족관 보유한
남구 장생포 내에 있는 고래생태체험관
다양한 바다생물 살고있는 어류수족관
해저터널·4D 영상관·미니 동물원 등
다채롭고 풍성한 볼거리·체험거리 가득
수족관 보수 등으로 이달까지 임시휴관

G: 안녕하세요? 이곳은 생태체험관 수족관보다 큰 것 같아요.

K: 네, 가로 26m, 세로 14m, 높이 4.5m입니다.

G: 이곳은 주로 어떤 경우에 이용되나요?

▲ 장생포 해안의 고래문화특구 전경.

K: 이곳은 돌고래들의 격리가 필요하거나 부상당한 해양동물들을 구조해 치료하는 곳으로 이용됩니다. 왜냐하면 이곳이 해양 동물 구조치료기관으로 등록되어 있거든요

G: 주로 어떤 동물들이 어떤 경우에 구조되나요?

K: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부상 또는 탈진으로 해안에 떠밀려와 좌초되거나 또는 어구 등에 엉켜 혼획되는 고래, 물개, 물범 및 바다거북 등이 있습니다.

G: 질문의 순서가 바뀌었나요? 사육사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K: 사육사란 말 그대로 동물에게 사료를 먹이고 기르는 사람을 말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돌고래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고요. 생태체험관을 예를 들면 1층에 많은 어종을 관리하는 사육사도 있고 3층에 여러 동물을 보살피는 동물 사육사도 있습니다.

G: 사육사가 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K:(눈썹을 살짝 올렸다 내리며) 아니요. 특별하다기 보다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어요, 버려진 강아지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남들이 꺼리는 동물도 스스럼없이 안아주다 부모님께 야단도 많이 맞았어요.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3학년쯤인 것 같아요. 그때부터 막연히 동물을 돌보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게….

G: 사육사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시작되나요?

K: 먼저 먹이를 녹이고 돌고래의 건강을 체크합니다.(건강체크시 눈, 코, 입, 귀, 체온 순서로 몸 전체를 살펴본다. 체온은 직장 체온계를 사용해 확인하는데 36.5~37.2℃가 정상범위이다. 먹이는 주로 고등어, 전갱이, 열빙어 등이며 하루에 네 번으로 나눠 약 100마리(10~15㎏) 정도 먹는다. 자기 체중의 5~10%에 해당되는 양인 셈이다.)

G: 혹시 돌고래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나요?

K:(망설임 없이) 네, 아롱이는 제가 나타나면 눈빛부터 달라져요. 다른 사육사가 뭘 시켜도 잘 하지 않고 모른 척 딴청을 부릴 때도 있어요.(큰돌고래의 가장 큰 특징은 영리하며 학습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과 매우 친숙하다. 돌고래가 내는 소리는 고주파로 사람의 뇌를 활성화시켜 뇌장애를 치유할 수 있다고도 한다.)

G: 간혹 사람들이 생각하는 쇼, 먹이시간은 왜 필요한가요?

K: 기본적으로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시행해요. 야생에 있는 고래든, 수족관에 있는 고래든 먹이가 풍부하면 움직임이 덜하죠. 사람들이 살이 찌는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큰 동작을 유도하여 운동을 시켜주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G: 일을 하면서 힘든 때는 없으세요?

K: 사실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엄마들이 아이를 키울 때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G: 그럼 가장 기쁠 때는 언제인가요?

K:(웃고 있던 얼굴이 한층 더 밝아지며) 아이들(돌고래들)이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생활할 때가 기뻐요.

G: 꽃분이, 아롱이, 두리 각각의 특징이 있다면요?

K: 꽃분이, 아롱이, 두리 중에서 꽃분이가 가장 나이가 많아요. 그래서인지 꽃분이는 착하고 순한 편이에요. 그에 비해 수컷인 아롱이는 카리스마가 넘치고요. 또 막내 두리는 장난꾸러기랍니다.(장 꽃분, 고 아롱 두 녀석은 2009년 10월8일, 일본 타이지 박물관에서 6개월 정도 적응훈련을 마친 후 장생포로 오게 되었다. 장생포가 제2의 고향인 것이다. 같은 해 11월10일 큰돌고래의 명명식 행사가 마련되어 울산의 명예시민으로 주민등록증이 부여되었다. 장 두리 역시 2012년 3월22일 타이지로부터 장생포에 왔다. 이들의 주민등록 등본은 장생포 주민센터에 가면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G: 사육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 있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될까요?

K: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미리미리 체력관리를 해두면 좋겠죠. 그리고 요즘은 동물관련 학과도 많이 생긴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 저처럼 돌고래 사육사가 되려면 잠수사 자격증이나 인명구조 자격증을 취득해 두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G: 결혼계획은 없으신가요?

K: (살포시 웃으며) 결혼 생각 없어요.

G: 외롭지 않을까요?

K: 아직은 얘네가 있어 괜찮아요.

G: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K: 돌고래들에게 아무거나 던지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과자나 다른 이물질을 먹고 돌고래들이 위험할 수도 있거든요.

G: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요?

K: 그냥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게 제 바람이에요.

▲ 장현 울산시문화관광해설사

불교에서 눈 깜짝할 사이를 찰나라고 하고 숨 한번 쉬는 시간은 순식간이라 한다. 반면에 겁이란 헤아릴 수조차 없이 길고 긴 시간을 일컫는 말이다. 500겁의 인연이 있어야 옷깃을 스칠 수 있고 2000겁의 세월을 넘어서야 평생을 함께 살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쌓아올린 인연의 탑이 단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존재하진 않을 것이다. 고래생태관 사육사를 생각하면 돌고래가 오버랩 되어 떠오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처음 막내 사육사에게 인터뷰를 신청한 것은 그녀가 꾸는 풋풋한 꿈을 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꿈을 이룬 사람이었다. 아니 과거와는 다른 빛깔의 꿈을 꾸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의 꿈이 자신의 꿈이 되어 버린 어머니들처럼….

올해도 섣달그믐이 되면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많은 사람들은 마음에 촛불을 밝힐 것이다. 수천 겁으로 빚어낸 인연이란 이름으로 누군가의 안녕을 빌 것이다. 병신년이란 또 하나의 점을 찍으며 19세기 중엽 소당(嘯堂) 김형수(金逈洙) 선생의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 중 한 부분을 읊조려 본다.

때는 바야흐로 늦겨울 십이월이라 소한과 대한 두 절기가 있네
이달에는 까치가 집 짓고 기러기 북으로 가고
닭이 알을 낳고 꿩은 울면서 기뻐하고
새매가 하늘을 빨리 날며 얼음은 굳어지니
한 해 마칠 준비로 무엇이 있을까

장현 울산시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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