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스노보드 국가대표 코치
실력·개최국 이점 적극 활용으로
월드컵 첫 4강 이어 금메달 노려

▲ 한국 알파인 스노보드의 기대주 이상호가 이상헌 스노보드 국가대표 코치의 조력으로 지난 15일 이탈리아 카레차에서 열린 2016-2017 국제스키연맹 스노보드 알파인 월드컵 평행대회전 결선에서 4위를 기록하는 등 올해 시즌 시작부터 값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연합뉴스

“지도자 생활 하면서 꿈에 그리던 게 월드컵 4강이었다. 너무 기쁘고 벅차올랐다.”

이상헌(41) 스노보드 국가대표 코치는 이상호(21·한체대)의 한국인 스노보드 선수 역대 첫 월드컵 4위를 도운 조력자다.

이상호는 15일 이탈리아 카레차에서 열린 2016-2017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알파인 월드컵 평행대회전 결선에서 4위를 기록했고, 17일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치른 평행회전에서는 12위에 올랐다.

한국 설상 종목 역대 첫 월드컵 메달은 놓쳤지만, 이번 시즌 시작부터 거둔 값진 성과다.

지금 이상호는 스키협회의 지원 속에 모두 6명의 전문 코치로부터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받지만, 과거 지원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이 코치 혼자 일인다역을 해냈다.

지난 19일 이상호와 함께 귀국한 이 코치는 “재능에 성실함까지 묻어나는 선수다. 천부적인 재능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대신 철저한 자기관리로 기량이 빠르게 성장했다”고 제자 자랑부터 시작했다.

그러면서 “테크닉은 이미 완성된 선수다. 다만 경기 경험이 적은데, 상대 선수와 (1대 1로 경기하며) 경쟁하는 종목 특성상 멘탈이 가장 중요하다. 작년까지는 테크닉은 올라왔는데 멘탈이 부족했다. 상대를 의식하면 장애물을 보고 (정해진 때보다 이르게) 선행 동작을 하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많이 좋아졌다”고 돌아봤다.

월드컵 4위는 달성했으니, 이제는 메달 차례다.

이 코치는 “앞으로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10여 개의 대회가 남았다. 그중 4~5번 정도 포디움에 올라가는 게 목표”라며 “내년 2월 아시안게임에서는 2종목(평행회전, 평행대회전) 모두 금메달이 목표고, 향후 (평창) 올림픽도 금메달까지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빙상 종목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설상 종목은 아직 올림픽 메달은커녕 월드컵 메달조차 없는 실정이다.

불과 1년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 올림픽에서 이상호의 금메달 도전은 가능한 일일까.

이 코치는 “스노보드는 변수가 많다. 포디움 들어갈 실력이면 (올림픽) 금메달이든 뭐든 가능하다”면서 “사실 월드컵과 올림픽은 크게 수준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올림픽은 32명밖에 안 나오는데, 월드컵은 훨씬 많이 출전해 금메달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를 선수끼리 한다”고 설명했다.

스노보드에서 개최국 이점은 얼마나 될까.

이 코치는 “세계 탑 랭커는 몇 번만 타 보면 안다. 그런데 소치 대회에서는 공식 훈련 때 습설(물기를 머금은 눈)이더니, 정작 경기 때는 완전히 아이스링크였다. 처음 보는 설질이었다”면서 “당시 러시아 선수가 메달권이 아니었는데 금메달 2개를 다 가져간 전례가 있다. 이게 바로 홈 그라운드의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헌 코치가 말한 선수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회전·평행대회전 금메달로 2관왕에 오른 러시아의 빅 와일드(30)다.

미국 출신인 와일드는 빅토르 안(31·한국명 안현수)과 마찬가지로 러시아가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영입했고, 금메달 2개를 보탰다.

눈 위에서 펼쳐지는 설상 종목에서 눈의 성질을 미리 파악하고 거기에 맞추면 경기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평창에서 이상호에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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