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합창지휘박사

본래 캐럴(Carol)의 뜻은 ‘즐겁게 노래하다’ ‘이집 저집 성가를 부르며 다니다’는 뜻이다. 이는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가 탄생했다는 소식을 이집 저집 다니며 노래로 전했다는 데서 캐럴의 정의가, 뜻이 결정되어졌다.

우리나라 교회에서도 요즘엔 보기 쉽지않은 풍경이 돼 버렸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교회에서 성도들이 12월25일 크리스마스 새벽(3~4시 사이)에, 그러니까 동이 트기 전에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알리러 각 성도의 집을 방문하여 캐럴을 부르고 다녔다. 이제는 도농을 막론하고 거의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거지역에 사는 사람이 많아서 각 교인의 집앞에 가서 캐럴을 부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초의 캐럴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신 이후 100여년 지난 시점(A.D.129년)에 로마의 텔러스 포러스 감독이 교회에 모인 사람들에게 부르게 한 노래 ‘존귀하신 하나님께 영광 돌리세’로 기록되고 있다. 그리고 한참(약 500년)이 지난 8세기에 새로운 캐럴 ‘아기 예수 나셨으니 그의 이름을 널리 전하세’가 불려지기 시작했다.

캐럴과 찬송가를 비교해보면 캐럴은 단순하고 유쾌하고 현대적이면서 종교적인 노래라고 한다면 찬송가는 좀더 경건하고 신학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래서 캐럴이 찬송가보다 평민적이며 보편적인 성가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캐럴을 작곡한 사람은 ‘성 프란시스’다. 1224년에 끄레치아에 예수 탄생 모습을 만들어 놓고 그 주위에서 제자들과 함께 캐럴을 불렀다. 이렇게 보면 캐럴이 나온지 천년이 지나서야 캐럴 부르기가 활성화된 것이다. 그 이후로 1400년경 르네상스시대에 와서 전문 음악가들이 캐럴을 여러 형태로 작곡하여 음악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형식과 작품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캐럴이 울려퍼져야 할 크리스마스 시즌임에도 저작권과 음원 사용료 때문에 캐럴 듣기가 쉽지 않다. 캐럴이 빠진 성탄절이 아쉽기도 하고, 성탄절이 다가오는 것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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