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라영 북구예술창작소 큐레이터

그림을 그리면서 발생하는 의문의 해결은 곧 다음 그림을 가능하게 한다. 그것의 반복은 자신과의 싸움이며, 화가에게 그림의 완성은 곧 인격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라는 문제와도 상통한다.

한국 추상미술의 거목 유영국(1916~2002). 그 역시 작품 안에서 뿐 아니라 그의 삶 역시 그러하였다. 전체주의가 폭력성을 거침없이 드러내던 일제강점기, 화단을 지배했던 재현미학의 관점에서 보면 유영국은 일반적 범주에서 벗어난 다양한 형식들의 실험을 통해 미술의 외부적 요소를 자신의 작업 안으로 끌어들인 화가다.

그는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고 싶었다”고 했다. 무엇을 해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시대의 한계 속에서 그의 삶과 예술의 이념이면서 양식이었던 것이 ‘추상’이었다. 세속적 가치에 종속되기를 거부했던 그는 화가, 어부, 교수, 양조업자로서 어떤 일에 종사하든 근대적 의미의 자유인 그 자체였다.

▲ 유영국作 캔버스에 유채, 130x130cm, 1967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이 ‘유영국, 절대와 자유’전을 열고 있다. 1937년 일본유학시기부터 1999년 절필작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친 작품 100여점을 한 자리에 모았다.

추상작품의 우수성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라는 의문은 전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사라졌다. 색면 그 자체로 ‘아, 좋다’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기 때문이다. 구상이든 추상이든 좋은 작품은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그가 딛고선 대지와 삶의 세계를 향한 감정이입을 통해 그 근원의 형과 질감, 빛과 색을 파고들며 무한한 자유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었다.

기라영 북구예술창작소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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