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3대 주력산업의 하나인 조선업의 불황이 끝모르게 이어지면서 울산 동구지역을 중심으로 지역경제가 불황의 터널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울산조선업희망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상담하고 있는 모습.

#김모(58·울산시 동구)씨는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서 용접공으로 근무해오다 올해초 회사가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졸지에 백수신세가 됐다. 김씨는 고용센터와 생활정보지는 물론 취업박람회까지 찾아다니며 재취업을 위해 노력했으나 조선분야 일자리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일자리 구하기란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려웠다. 그러던 중 지난달 울산조선업희망센터를 통해 장년층 우대 채용업체에서 실시한 단순 용접 정비원 모집에 지원, 경쟁을 뚫고 천신만고 끝에 재취업할 수 있었다. 김씨는 “전에 다니던 회사와 비교해 월급은 절반 이상 줄었지만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에 감사해 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의 경우는 그나마 재취업에 성공한 케이스다. 지난 5월 현대중공업에서 희망퇴직한 A(59)씨는 아직 재취업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A씨는 협력업체에 문을 두드렸으나 있는 직원도 자르는 현실에서 A씨가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A씨는 요양보호사 등 다른 분야로 전직을 생각하고 있다.

울산 3대 주력산업의 하나인 조선업의 불황이 끝모르게 이어지면서 동구지역을 중심으로 지역경제가 불황의 터널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는 없고 수입은 줄어드는 반면 체불임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여기에 구조조정의 공포도 여전하다.

일자리가 없다
조선업희망센터 취업상담 1만여건
취업 성공한 사람은 487명 불과
이마저도 일용·경비직 대부분

체불임금 눈덩이
올 11월말 기준 364억4천만원
2011년 통계이후 ‘역대 최대’

도미노 현상
부동산 거래 줄고 식당가 ‘텅텅’
인구도 17만명대까지 추락
구조조정의 공포도 여전

울산조선업희망센터에 따르면 올해 7월28일 개소 이후 지금까지 총 상담건수가 2만1000여건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구인·구직 등 취업관련 상담만 절반 이상인 1만1000여건(직접 방문 2696명)에 이르고 있다. 나머지 실업급여 신청 6100건, 민간위탁프로그램 3500건, 직업훈련 400건, 취업성공패키지 300건 등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487명에 불과하다. 일자리 또한 단순 일용직이나 청소 및 경비직 등 조선분야외 일자리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조선업희망센터 관계자는 “조선 분야의 일자리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나마 30~40대는 어떻게 해서든 재취업에 성공하고 있으나 50대 이상의 장년층은 재취업도 쉽지 않다”며 “희망퇴직과 구조조정으로 쏟아져 나오는 중장년층을 위한 일자리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근로자 체불임금도 눈덩이럼 불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따르면 울산지역 근로자 체불임금은 올해 11월말 기준 364억4000만원으로 집계돼 체불임금 통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5년에도 357억8000만원으로 2년째 역대 최대 체불임금액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동구지역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부동산 거래는 뚝 떨어진 지 오래고, 식당가는 빈자리만 늘어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해양공장 인근 방어동 지역의 경우 원룸 공실률이 최고 30~40%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또한 예년 같으면 연말 송년회 모임, 회식으로 서부동과 남목, 전하동지역의 식당과 주점, 노래방 밀집거리가 붐볐지만 지금은 손님이 없어 상당수는 문만 열어 놓은 채 ‘개점휴업’ 상태다.

동구지역 인구도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 2014년 18만3867명(외국인 6835명)이던 동구의 인구는 지난해 18만1598명(외국인 6510명)에서 올해는 11월말 현재 17만9613명(외국인 4978명)으로 17만명대까지 추락했다.

여기에 현대중공업은 내년에도 경기전망이 어두워 해양과 플랜트사업 부문의 일감부족으로 인력의 30~40%가 쉴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구조조정의 공포도 여전한 상황이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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