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말연시는 가족·연인들과 함께 보낸다. 그 만큼 한해를 혼자 마무리하는 사람들은 “올 겨울 왜 이렇게 춥나?” “왜 이렇게 옆구리가 시리나?”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추운 겨울을 혼자 보내면 정말 더 추울까? 정답부터 말하면 옆구리가 허전하면 실제 추위를 더 탄다. 마음이 외로우면 몸도 춥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연구팀이 두 가지 실험을 했다. 똑같은 온도의 방에 대학생 65명이 두 그룹으로 나눠 들어갔다. 한 그룹에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버려진 경우를, 다른 그룹에는 다른 사람들 속에 포함돼 함께 어울리는 경우를 연상하도록 한 뒤 실제 방의 온도가 몇도인지 말해보라고 했다. 자신이 사회로부터 고립돼 외롭다고 생각한 사람은 방의 온도를 실제보다 더 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운 상상만으로도 실제 춥게 느낀 것이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대학생 5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온라인으로 짝을 이뤄 공을 서로 주고 받게 하고, 다른 그룹은 혼자 공을 던지고 받게 했다. 게임을 마친 뒤 뜨거운 커피, 뜨거운 수프, 사과, 크래커, 얼음을 넣은 콜라 등 5가지 음식 중 먹고 싶은 것을 고르게 했다. 그 결과 혼자 공 던지기를 한 학생들이 다른 사람과 함께 게임을 한 학생보다 뜨거운 커피나 수프를 더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남극에 사는 펭귄들은 보통 한곳에 빽빽이 모여 칼바람을 이겨낸다. 추위를 이겨낼 능력이 약한 어린 펭귄일수록 무리의 중앙에 놓는 것은 물론 규칙적으로 안쪽펭귄은 바깥쪽으로, 바깥쪽 펭귄은 안쪽으로, 자리를 조금씩 이동해 몸을 부딪치며 상대방과 열교환을 한다고 한다. 가장 바깥과 가장 안쪽의 기온차가 무려 10℃ 이상 벌어지는데, 그 추위를 함께 나누는 것이다.

추운 날씨 못지않게 외로움과 고달픔에 마음의 체온까지 떨어지는 이들이 많다. 우리는 대개 추울수록 두 팔로 자기 자신을 더 세게 끌어 안는다. 진정한 따뜻함은 나홀로 36.5℃가 아닌 73℃의 뜨거운, 펭귄과 같은 포옹이 아닐까? 꼭 껴안아 온기를 나눌 이웃이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며 한해를 마무리 짓자.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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