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끝) 문화기반

▲ 울산시 남구 울산대공원 일원에 조성될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조감도.

문화도시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오랜 역사와 도시민의 문화활동, 예술인의 창작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기반이 갖춰져야 가능하다. 문화와 예술은 이같은 시설과 기관이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할 때 비로소 뿌리를 내리고 꽃도 피운다. 다행히도 울산은 새로운 문화기반 시설 건립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대표적인 시설로는 국립산업기술박물관과 시립미술관이 있다. 새로운 조직문화나 현상으로는 울산문화재단과 대곡천암각화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활동을 들 수 있다. 다만 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달리 각 사업의 추진력과 속도감은 차이가 있다.

명-시립미술관 원도심 부지 확정
  울산문화재단 내달 중순 출범
  대곡천암각화군 홍보 등 박차

암-몸집 줄인 국립산업기술박물관
  내년 예산 한푼도 반영되지 않아
  사업추진 여부 마저 불투명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아쉽게도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울산시가 추진해 온 또다른 대통령 공약사업과 마찬가지로 차질이 우려된다. 국립산박은 올해 35억원의 국가예산이 확보됐지만 예비타당성 결과 발표가 안돼 불용처리가 불가피하다. 진행 과정에서 규모가 크게 축소됐고, 예타조사결과 발표도 장기 지연돼 사업 추진 자체에 대한 불안감마저 커지는 형국이다. 게다가 이들 사업에 대한 내년 예산 또한 한푼도 반영되지 않아 고심이 커진 상태다.

대통령 공약 1호 사업으로 부상한 뒤 최근 3년 간 어떤 밑그림이 그려질 지 시민들의 기대감이 높았으나, 결국 올 해도 이렇다 할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또다시 내년을 기약할 수 밖에 없게됐다.

▲ 울산시립미술관 건축설계공모에 최종 당선된 가가건축사사무소 작품.

◇울산시립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최종 부지가 울산시 중구 북정동 북정공원과 중부도서관 일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울산시는 한때 수년 전 원도심으로 확정된 시립미술관 부지를 좀더 넓은 곳으로 바꾸는 작업을 시도했으나 원도심 상가 및 주민회, 지역 정치권, 문화예술계,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부지 변경 보다는 원도심 안을 고수하는 쪽으로 최종 가닥을 잡았다.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은 울산시가 지난 상반기와 하반기 2차례에 걸쳐 학술세미나를 통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면서 점차 해소됐다. 이어 시립미술관 건축설계공모를 진행해 온 울산시가 이달 초 (주)가가건축사사무소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발표하면서 시립미술관과 주변 원도심의 변화에 시민들의 관심도도 크게 증폭했다. 다만 2020년 개관까지 3년여 기간이 남은만큼 토목 및 건축설계 작업과 병행해 미술관을 조기에 안착시킬 관장급 인선작업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편 울산시립미술관 운영방안 연구용역이 진행되는 가운데, 용역수행기관인 (재)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시립미술관의 비전을 ‘매개 중심의 미술관’으로 제안했고, 이를 위해 △소통형 전시 △연령대와 관람객 대상을 특화한 사업 △기획전 중심 △각종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의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원도심의 시립미술관 본관과 함께 가칭 △바다갤러리(북구) △산업환경갤러리(동구) △생태자연갤러리(울주) 등 구군별 분관을 운영하는 프로젝트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지난 12월 시청에서 열린 울산시립미술관 전시운영 관련 국제세미나.

◇울산문화재단

올 한해는 문화예술의 창작보급과 예술활동 지원사업을 하게 될 울산문화재단 출범을 준비하는 해이기도 했다. 출범시기는 새해가 밝는대로, 내년 1월 중순께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지난달 울산시는 2차례의 공모를 거쳐 재단 이사장(시장) 이하 실무진의 수장인 대표이사직에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한 박상언씨를 최종 선정했다. 이달 초에는 총 15명의 사무국 직원까지 채용, 명실상부 재단조직의 인선을 모두 마무리했다. 울산문화재단은 울산시로부터 문화예술과 관련한 각종 업무를 인계하고, 민간조직이나 기관에 맡겨졌던 축제와 문화예술교육사업을 인수하는 등 준비절차에 만전을 기하면서 출범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사무실은 남구 중앙로 202 경남은행 울산영업부 건물 5층에 자리한다.

▲ 지난 9월 서울국회의원회관서 열린 대곡천암각화군 심포지엄 개회식.

◇대곡천암각화군 세계유산등재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을 중심으로 한 대곡천 일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사업은 올 상반기 가변형 임시물막이 사업이 좌초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11월 울산시는 반구대암각화 보존방안 마련 기본계획 용역을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암각화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새로 제작하겠다며 관련 예산을 준비하는 등 유산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알리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울주군은 지난 10월 대곡천 암각화군 종합정비계획 최종보고회에서 울산암각화박물관 이전확장을 위한 구체안과 대곡천 암각화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전담조직 구성안을 도출, 관련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지역 정치권은 김기현 시장, 정갑윤 의원, 나선화 문화재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활용방안’을 주제로 ‘대곡천 암각화군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해 전 국민적 관심을 또다시 유도했다.

민간시민단체도 관심을 끌 만한 행보를 보여줬다. 반구대포럼(상임대표 이달희)은 울주군발전협의회(회장 최인식)와 함께 지난 7월 UNIST에서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활용방안’ 주제로 열린 대시민 특별강연을 펼쳤다. 이에 앞서 코리안신대륙발견모임과 세계전통고래문화연구소는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반구대암각화 고래잡이배 복원행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민간 차원의 활동은 내년 2월 ‘대곡천암각화군 세계유산등재추진 민간위원회’ 발족을 기점으로 더욱 활발해 질 전망이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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