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대비 대출 비율 급등세…소비 위축 가속화 우려

30대 젊은층과 자영업자의 한숨이 깊어졌다.

수입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갚아야 할 부채는 갈수록 불어나는 ‘진퇴양난’의 모습이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소득대비 가계대출 비율(LTI·Loan To Income ratio)을 차주의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대 이하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한은이 신용조회회사인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입수한 약 100만명의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다.

나이가 30대 이하인 차주의 LTI는 작년 9월 말 현재 179.5%로 2015년 말(164.1%)보다 15.4% 포인트(p) 올랐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 규모가 한 해 벌어들이는 소득의 1.8배에 육박할 정도로 커진 것이다.

같은 기간 40대 차주의 LTI(198.4%)는 13.9%p 올랐고 50대(204.5%)는 6.3%p, 60대 이상(248.6%)은 7.3%p 상승했다.

아직 30대 이하 차주의 LTI가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오름폭은 50대나 60대 이상 등 다른 연령층보다 훨씬 가파르다.

이에 대해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30대 차주의 경우 전세의 매매 전환, 전세자금 마련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한 결과, 작년 9월 말 현재 30대 차주의 경우 가계대출 잔액의 43.7%가 주택매입이나 전세자금 마련 용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30대를 제외한 다른 연령대의 주택 관련 대출 비중(33.4%)보다 훨씬 높다.

2014년 하반기 이후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과 주택가격이 크게 올랐다.

‘사회 초년생’인 30대부터 치솟은 주거비를 감당하느라 빚을 많이 내는 현실이다.

반면, 경기 부진 등의 여파로 소득 증가세는 주춤한 추세다.

통계청 등의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가 30∼39세인 가구의 2015년 평균 소득은 5천148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4%(73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영업자의 상황도 비슷하다.

작년 9월 말 현재 자영업자의 LTI는 345.8%로 2015년 말(328.2%)과 비교하면 9개월 사이 17.6%p 급등했다.

상승 폭이 같은 기간 상용근로자 등 비자영업자 11.2%p(179.4%→190.6%)보다 훨씬 가파르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대출액은 작년 9월 말 현재 464조5천억원(차주 수 141만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은퇴한 고령층과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층이 부동산임대업, 음식·숙박업 등 개인사업에 많이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내수 부진 등으로 지갑이 얇아진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봐도 2015년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소득 증가율은 1.2%로, 임시·일용근로자(5.8%)나 상용근로자(2.1%)보다 낮았다.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자영업자들은 임금근로자보다 소득이 경기 변동에 민감한 데다 창·폐업도 빈번해 안정적 부채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5년 0.7%, 지난해 1.0%를 각각 기록했고 올해는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1%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30대 젊은층과 자영업자의 실질소득은 거의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빚 부담이 앞으로 소비 위축을 가속화하고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훼손할 공산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가계부채가 소비증가율을 0.63% 포인트 낮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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