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작가

도쿄대학의 명예교수인 미우라(Koryo Miura) 박사는 일본 우주항공국에 있으면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한 가지 난관에 봉착하고 만다. 우주로 쏘아 올릴 인공위성의 날개가 너무 커서 어떻게 우주 상공까지 쏘아 올려야 할지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연구원들이 모여 몇 날 며칠을 고민하여도 쉽게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좋을까? 우주 상공에서 인공위성의 안테나와 태양전지 패널을 조립하여야 하나? 그건 너무 복잡한데. 그렇다면 안테나와 태양전지 패널을 지상에서 펼쳐진 상태로 쏘아 올려야 하나? 비용도 그렇고 실현하기도 어려운 일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에 고민을 하던 미우라 박사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해답을 찾게 된다. 그것은 놀랍게도 유년 시절 그가 수백 번 수천 번 접고 놀던 종이접기에서였다.

“그래, 종이접기에서 접었다 펼쳐지는 것처럼 우주 상공까지는 부피를 최소화하여 접혀진 상태로 쏘아 올려 우주 상공에서 접혀진 안테나와 태양전지 패널이 펼쳐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어!”

미우라 박사가 유년 시절 접고 놀던 종이접기에서 착안하여 개발한 이 방법이 바로 지금도 여러 우주항공분야에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때 사용하고 있는 미우라 접기 방식이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접목되어 있는 우주항공분야에서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미우라 박사는 유년시절의 종이접기에서 해답을 발견한 것이다. 그가 어린 시절 종이접기를 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우리는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낼 때마다 비싼 비용을 들여 비합리적인 방식을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대학입시와 직접적인 관련 있는 과목은 중요한 과목, 그렇지 않은 과목은 중요하지 않은 과목으로 나누게 된다. 학교교육에 있어 시험에 직접적인 관련 없는 체험활동이나 인성교육 등은 후순위로 밀려나곤 한다.

미우라 박사에게 종이접기가 영감을 주었듯이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 체험했던 수많은 경험이 그 사람의 미래를 바꾸기도 한다. 친구들과 뛰어 놀던 경험이나 감명 깊게 읽은 책 한 권, 우연히 떠난 여행의 가치는 교과서나 문제집에서 배우는 정답보다 중요할 수도 있다.

매년 방학이 되면 수업일수를 계산해서 방학도 되기 몇 주 전에 어학연수를 떠나버리는 아이, 학기 중보다 빽빽한 학원 스케줄에 울상을 짓고 있는 아이를 마주하곤 한다.

창의성, 인성, 미래 핵심역량, 융합형 인재 등 우리가 그렇게도 교육에서 강조하는 것들은 어쩌면 미우라 박사가 그랬듯 학습이 아닌 놀이와 즐거움에서 해답을 구할 수도 있다. 아이에게 늘 놀이와 즐거움, 휴식을 줄 순 없지만 방학만큼은 교사와 부모의 등쌀, 학원과 과외에서 해방시켜 주었으면 한다. 아이에게 온전히 방학을 돌려주는 일, 그것은 어쩌면 어른들의 몫이다.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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