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혹에 모르쇠 일관
공모혐의 부인 포석 풀이

▲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 씨가 구금연장 심리가 열린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휴식시간 중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유튜브 길바닥저널리스트 캡처=연합뉴스

덴마크에서 체포된 최순실 씨 딸 정유라(21)씨는 앞으로 이어질 수사·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 올보르 법원이 구금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현지시간 2일 연 심리에 출석한 정씨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최씨와의 공모 혐의를 부인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씨는 귀국하면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이나 재학 중 학사 비리 혐의에 관해 우선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방어막 치기를 시도했다. ‘승마를 한 것은 엄마가 시켜서 한 것’이라는 언급에는 승마를 매개로 불법 입학했다는 의혹과 아예 거리를 두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출석 불량에도 학점이 좋게 나와 “의아하게 생각했다”는 것은 작년에 최씨, 최경희 당시 총장, 류철균(필명 이인화) 교수 등 사이에 오간 이야기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정씨는 다만 최 전 총장, 류 교수를 만난 것을 비롯해 당국의 조사로 이미 드러난 사실에 관해서는 인정했다. 나중에 앞뒤가 안 맞는 진술로 발목이 잡히는 상황을 피하려고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부 감사에서는 정씨가 입학시험 때 반입이 금지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면접 고사장에 들고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면접 때 테이블 위에 금메달을 올려놓는 등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련의 의혹에 비춰 볼 때 이처럼 이례적인 행동이 최 씨와의 공모에 의한 것이라고 사법당국이 판단할지가 관건이다.

정씨는 삼성의 특혜 지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최씨에게 미루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트잇으로 중요 내용을 가린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것은 자신의 서명이 계약서에 남아 있는 현실을 고려한 대응인 셈이다.

그는 ‘나는 6명 중의 한 명일 뿐이라고 들었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이는 최씨가 세운 독일 현지 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와 삼성전자가 맺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으로 혜택을 본 승마 선수가 자신뿐이라는 지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즉, 특혜 지원이라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주장이다.

정씨의 이런 ‘모르쇠’ 주장은 특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확인되는 증거나 다른 연루자의 진술에 따라 인정 여부가 조금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정씨의 주장과 모순되는 증언이 나오거나 정 씨가 사용한 PC, 휴대전화, 이메일 등에서 그가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증거나 나온다면 ‘모른다’는 주장이 오히려 자승자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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