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수 울산사회교육연구소장
이제 다섯달 뒤면 30여년 역사의 정들었던 울산 중부도서관이 헐리고 이 자리엔 시립도서관이 들어선다. 울산의 중심 북정동 중부도서관은 1984년 8월3일 울산 최초의 시립도서관으로 개관되었지만 당초 미술관 건립예정 부지 동쪽 옛 울산초등학교 자리에서 역사 유구가 발견, 울산객사로 복원키로 하면서 협소한 미술관 부지 해결을 위해 졸지에 건너편 북정 중부도서관을 철거하게 된 것이다.

즉 지난 20대 총선을 전후해 중구민의 여론이 시립미술관 건축에 집중되자 일종의 포퓰리즘에 떠밀려 울산시가 북정공원과 중부도서관 부지에 전격 시립미술관 건립을 확정(지난 7월 4일) 하게 되었다. 중부도서관은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없이 마땅한 장소도 물색하지 못한 채 5~6월께 임시로 중구 성남동 뉴코아 아울렛 부근 음식점 2~3층(성남동 254-4번지)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5개월 후 옮겨갈 임시 도서관 건물의 연면적이 1332㎡로 현재 5054㎡인 북정도서관에 비해 턱없이 비좁아 장서(보유수 34만5109권)도 다 보관하기 어렵다. 우선 보존 서고시설을 별도 확보해야하겠고, 자유열람실 운영 불가, 종합자료실 등 시설이 불비해 임시방편의 통폐합 운영이 불가피하다. 임시 도서관 이용자의 안전을 위한 건축물 강도와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비상 탈출구 및 대피로, 장애인 편의시설 등이 전무한 실정이니 정밀 구조안전진단부터 점검해야 할 것이다.

울산중부도서관은 하루 이용객 2000명, 평생교육프로그램 활용 연인원 1만3824명, 열람실 좌석수 1243석, 장서 보유수 34만5109권, 열람 지속 회원수 약 11만2170명을 확보하고 있다. 30년 넘게 교육부 지정 울산지역 평생교육정보센터, 울산광역시 지정 울산지역대표도서관의 역할을 다 해오면서 울산시민의 평생교육기관으로 깊이 정든 문화의 샘터였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현 중부도서관 건물을 시립미술관 부지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도서관 이용자, 지역주민, 도서관 관계자들과 공청회와 같은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오로지 시립미술관 설립이란 여론에 매몰돼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는 것이다. 또한 향후 4년 동안 사용할 임시도서관 이전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시는 단 한 차례의 협의회만 개최했을 뿐 중부도서관 측의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0년 이상 시민의 사랑을 받아 온 울산중부도서관은 그동안 독서 인구의 저변 확대는 물론이려니와 지역민에게 다양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였음을 감안 할 때 미술관도 필요하지만 도서관은 더더욱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독서와 문화의 보고이며 배움의 터전이기도 하다. 우리는 책을 통해 인생의 선배들이 주는 소중한 가르침을 받아 성장과 성숙한 삶을 디자인해 간다. 더욱이 현재 신축중인 시립도서관 위치가 악취가 풍기는 유화공단과 여천천 하류인접 지역이라 많은 시민들이 우려를 자아내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문화, 역사적 가치가 현저한데도 자꾸만 허물고 새로 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시민의 혈세로 이뤄지는 것이기에 무엇보다 도시의 재정적인 우선 순위도 따져봐야 할 것이기에, 꼭 이자리가 불가피하다면 먼저 기존의 중부도서관을 신축, 이전을 한 이후(2020년 9월 에야 중구 북정동 58-8 일원 신축 개관 예정)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이 순리이며 11만 중부도서관 이용자들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다.

본래 시립미술관 예정 부지였던 옛 울산초등학교 자리에 객사의 유구를 복원하게되면 고증에 의한 이 건축물 또한 소중한 역사적 미술품(건축 분야)에 속하기에 신축 미술관과 동시에 하나로 디자인해 함께 축조하면서 그래도 면적이 부족하다면 나머지 대지 부분은 뒷편의 구 삼일회관(현재 창고와 자전거 수리소로 사용중인 구 청년회의소)의 부지를 확장해 미술관 부지로 활용하면 도서관도 보존하면서 새 미술관을 더 멋진 한국적 건축물로 세울 수 있는 일거양득이 아닐까 싶다.

이철수 울산사회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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