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등에 영향 막대…투명한 절차·기준 필요

국민연금공단이 10대 재벌그룹 상장사 중 절반이 넘는 58곳의 주식 57조원어치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역할을 했듯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등 10대그룹의 운명에 앞으로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이상 대량지분을 보유한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는 모두 58곳이다.

이는 작년 9월 말 기준 10대 그룹 전체 상장사(89곳)의 65%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가 279곳인 것을 고려하면 10대 그룹 상장사는 21%를 차지하는 것이다.

재벌닷컴이 국민연금의 투자가 이뤄진 10대 그룹 58개 상장사 주식가치 평가액을 조사해보니 지난 6일 기준으로 57조2천923억원에 달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에서 사들인 상장사 전체 주식 보유액(102조원)의 절반이 넘는다.

또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투자한 279개 상장사의 주식가치 평가액이 에프앤가이드 집계 결과 90조8천236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63% 수준에 이른다.

10대 그룹 중 국민연금이 5% 이상 대량지분을 보유한 상장사가 가장 많은 곳은 삼성이다.

국민연금은 삼성 상장 계열사 11곳의 지분을 5% 넘게 갖고 있으며 현재 주식가치 평가액은 28조4천522억원으로 압도적이다.

호텔신라는 최다 지분인 9.84%(1천910억원)를 보유 중이고 삼성전자에 대한 국민연금 보유 지분은 8.96%(181조원)로 단일 주주로선 가장 많다.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가 적절했는지 논란이 있는 삼성물산(5.78%)과 삼성SDI(8.19%), 삼성엔지니어링(5.02%), 삼성전기(9.32%), 삼성증권(8.15%), 삼성화재(9.11%), 삼성생명(5.0%), 에스원(6.82%), 제일기획(9.20%) 등도 최저 5%에서 최대 10% 가까이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 추진 과정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며 삼성SDS 정보기술(IT) 사업부를 합병하고 추후 ‘삼성전자지주회사’가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인적분할과 합병 등의 과정에서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한다면 국민연금이 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은 LG그룹 상장 계열 11개사 주식도 5% 넘게 보유하고 있다.

LG 8.09%, LG하우시스 12.19%, LG디스플레이 10.33%, LG생활건강 7.20% 등이다.

SK그룹 상장 계열사 중에선 지주회사인 SK(7.39%)를 비롯해 핵심 계열인 SK텔레콤(8.37%), SK이노베이션(9.87%), SK D&D 등 10개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8곳의 지분도 5% 넘게 갖고 있다.

대량지분 보유 상장사는 현대차(8.02%), 현대글로비스(9.90%), 현대건설(11.20%), 기아차(7.08%), 현대모비스(9.02%), 현대위아(8.14%), 현대제철(6.95%), 현대로템(5.07%) 등이다.

현대차그룹도 앞으로 지배구조 변화를 위한 작업을 추진할 때 국민연금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는 “앞으로 기금이 늘어나 국민연금은 국내 핵심 상장사 주식을 더 사들여 기업 운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며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절차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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