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각과 경험만 옳다고 여겨
타인에게 강요하거나 잔소리하는
‘꼰대질’ 새해부터는 사라졌으면…

▲ 최건 변호사

필자가 군복무를 하던 20여년 전쯤의 일이다. 당시 위병 근무를 하고 있던 필자에게, 평소 안면이 있던 사단 참모(아마도 중령쯤 되었던 것 같다)가 ‘요새 애들은 너무 상식이 없다’고 말을 걸면서, ‘허무주의’를 대표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필자에 물어 보았던 적이 있다. 대학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군에 입대한, 갓 스물이 넘는 필자는 잘 알지 못하였고, 머뭇거리기만 하였다. 그러자 그 참모는 놀란 듯이 ‘설마 그걸 모르는 것은 아니냐’라며 ‘나름 배우다 들어오고, 좋은 대학을 다니다 온 사람이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냐’고 혀를 차면서, 니체가 어쩌니, 사르트르가 어쩌니 하며 한창 서양 문학, 철학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였던 기억이 있다. 물론 필자는 일개 병사였던 관계로, 까마득한 계급의 참모의 말에 아무런 토를 달지 아니하고 ‘네’ ‘맞습니다’라고 하면서 겉으로 경청하는 척을 하였으나, 속으로는 ‘모를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받아들였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도 많은 시간이 지났고, 필자는 해당 분야에 대하여 당시 보다는 많은 지식을 습득했지만 대부분이 체계적이지 않은 피상적인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금 현재에도 해당 분야에 대하여 자신 있게 한 두 마디 할 정도에도 미치지 못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필자는 이를 그리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 것들이 소위 지성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상식(common sense)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고, 어느 분야의 지식이 많은 것은 미덕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을 모르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지식 습득을 강요하는 것보다 더욱 더 반감을 가지게 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타인의 인생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다. ‘어린 게 인생에 대해서 뭘 아냐’ ‘결혼을 해야 사람이 된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하고, ‘어떻게 살아라’는 조언도 쉽게 한다. 물론, 대부분의 내용은 자신의 인생 경험을 반영한 것이고 동기 역시 노파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한다. 그러나 타인의 인생을 잘 알지도 못한 채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무책임한 것일 뿐 아니라, 전달하는 과정에서 듣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가능성도 있다. 굳이 헌법 제10조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규정까지 들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 누구도 타인의 인생에 대해서 대신 책임을 져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인생을 자신의 잣대로 쉽게 재단하는 것은 매우 주제넘을 뿐 아니라 위험해 보인다.

속된 말로 이같은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꼰대’라는 단어는 늙은 사람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사전적으로는 선생이나 기성세대를 의미한다.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식을 타인에게 주입시키려고 하거나 자신이 경험하였던 일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면서 타인에게 강요하거나 잔소리를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꼰대질’이라고 한다. 나이가 많고 인생 경험이 조금 더 많다는 것이 꼰대질을 할 자격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꼰대질은 오륜(五倫)의 ‘장유유서’와도 아무런 관계도 없을 뿐 아니라 그 장유유서의 본래의 의미조차 현 시대에 맞게 재정립되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정유년 새해부터는 주위에서 더 이상 꼰대질은 그만 보았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필자부터 타인을 지적하기 이전에 스스로 꼰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최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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