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전통 조미료업체 이인자 대표

▲ 이인자 미화푸드 대표가 쌀 누룩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울산 남구 무거동에 연구실과 중구 테크노파크에 발효실을 두고 쌀 누룩을 이용한 전통 조미료를 만드는 이인자(63) 미화푸드 대표는 일본어 강사로 오랫동안 일하다 제2의 인생을 위해 요리에 도전했다. 이 대표는 건강식을 배우기 위해 떠난 일본에서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쌀 누룩을 배웠고, 귀국 후 이를 이용한 된장, 고추장 등 우리 전통 조미료를 만들고 있다.

이 대표는 결혼 전 의류학과를 졸업해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에서 판매사원 교육담당자로 일하다가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고 주부로서의 삶에 충실했다. 그러던 중 직장생활을 하던 남편이 일본주재원으로 발령받으면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일본어에 대한 그의 열정은 귀국 후까지 계속 이어져 울산대학교 일어일문학과에 학사 편입하고 이후에도 석사,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대학과 기업체, 평생교육원 등에서 강의를 이어갔다.

일본 장수 식생활법에 관심
유학중 쌀 누룩 발효법 배워
귀국 후 요리수업과 연구 병행
전통 조미료 직접 만들어 판매
창업 희망자에 레시피 전수도

그러다 그는 문득 ‘일본어 강사라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이 20년 넘게 일본어를 배우고 강의해 왔지만, 어학이라는 분야에서 젊고 실력있는 인재들이 계속 배출되다 보니 이제는 한발 뒤로 물러나 다른 일을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주부였고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였기에 요리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무엇보다 60대 이후의 건강한 삶을 위해 건강한 음식을 배워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새로운 것을 배운다고 무작정 하던 일을 그만둘 수 없어, 일본어 강의를 계속하면서 한국전통요리, 궁중요리 등을 배우기 시작했다. 전문적으로 배워보자는 생각에 식품영양학과 석사과정에도 진학했다. 강의와 공부로 바쁜 생활을 하다 보니 새벽에 나가 밤늦게 귀가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그는 “바쁘게 사는 엄마여서 두 아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며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일을 하고 또 공부를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도움과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요리 공부를 하면서 그는 일본에서 장수 식생활법으로 알려진 마크로비오틱에 관심을 갖게 됐다. 건강한 재료를 되도록 많은 조리과정을 거치지 않고 먹는 방식이다. 그는 마크로비오틱을 배우기 위해 56살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일본 유학생활을 하면서 이 대표는 많은 일본 전통음식들이 쌀 누룩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쌀 누룩을 배울 기회를 찾았다. 그러나 고유의 전통 발효법이다 보니 배우려고 통사정을 해도 알려주는 이가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국 전통요리 수업에 온 참가자에게 일본 전통 쌀 누룩 발효법을 배우게 됐다.

5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이 대표는 쿠킹스튜디오 등에서 요리 수업과 연구를 계속했다. 그녀가 일본에서 배워온 쌀 누룩으로 만든 조미료를 이용한 요리 수업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이 대표는 곧바로 쌀 누룩을 아이템으로 창업을 시작했다. 2015년 창업을 시작해 3년차에 접어든 지금은 연구실과 발효실을 따로 두고 된장, 고추장 등의 상품을 인터넷으로 주문받고 있다.

이 대표의 쌀 누룩 조미료는 좋은 식재료를 이용하고자 하는 식당, 요리연구가, 일반 가정에서 많이 찾는다. 이 대표는 “쌀 누룩으로 만든 조미료를 먹고 건강해졌다, 몸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으면 가장 보람차다”고 말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쌀 누룩을 이용한 요리 수업과 요식업종에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레시피 전수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30대에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20여 년 간 강의를 할 수 있었고, 50대에 음식 공부를 시작했기에 앞으로 20여년간 이 분야에 매진해 보려고 한다”며 “지금까지 목표와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해 왔듯 앞으로도 끊임없이 배우고 익힐 생각이다”고 말했다.

서정혜 수습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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