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지난 2016년 2월부터 4월까지 인구 10만명 이상의 대도시 74곳을 대상으로 물순환 선도도시 공모를 실시했다. 울산시를 비롯한 9개 도시가 지원했다. 그 결과 울산은 광주, 대전, 안동, 김해시와 더불어 물순환도시에 선정됐다. 이들 5개 도시에서는 올해부터 4년간 1231억원을 들이는 물순환 개선 시범사업이 전개된다. 울산이 도시개발의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물순환 선도도시에 지원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울산시는 96억원을 들여 남구 삼호동 일대를 물순환선도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저영향개발기법(LID Low Impact Development)이 도입된다. LID는 도시지역의 물순환상태를 개발 전과 최대한 비슷하게 되돌려 환경에 최소한의 영향만을 미치도록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물이 스며들지 않는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것이다. 불투수 콘크리트 대신 투수성 포장을 하거나, 도로에 침투 도랑과 침투형 빗물받이를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빗물 침투와 저장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그밖에도 빗물정원, 식생체류지, 옥상 녹화 등의 다양한 기법을 적용, 물순환을 유도한다.

도시의 불투수률을 낮추려는 노력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홍수 발생은 물론이고 지하수 고갈, 하천의 메마름, 대기순환 불안정, 도시 열섬화 현상, 이상 열대화 현상 등이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시에서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의 불투수면적은 17.2%이다. 전국 평균 7.9% 보다는 높지만 서울(48%), 광주(27%), 대구(23.3%), 인천(22.3%), 대전(22%) 등의 대도시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울산이 농어촌지역이 많은 도농통합형 도시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심만 놓고 보면 다른 대도시에 비해 낮지 않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특히 태화강의 경우 불투수 면적 비율이 52%이다. 서울 청계천의 불투수 면적 비율(72%)에는 못 미치지만 대전 유등천 하류 51%, 광주천 47% 보다도 높다. 불투수 면적비율이 25% 이상이면 건강성이 악화됐다고 본다. 하천의 불투수면적 비율이 높으면 비가 내릴 때 유출되는 빗물의 양이 증가해 도시에 침수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태화강이 범람위기를 겪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불투수 면적의 증가를 꼽을 수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지하수 고갈과 건천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울산시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가시적 효과를 거두어야 함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도 주력해야 한다. 물순환도시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필수요건이며, 미래세대를 위해 현세대가 해야 할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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