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생 전 울산시의회 부의장

호랑이 없는 곳에 토끼가 선생질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동물 중 최상위 포식자는 바로 멧돼지다. 농부들이 애써 키운 작물들을 제멋대로 먹어치우는가 하면 식당과 가게를 마치 제집 드나들듯 하면서 시내를 활보하는 것도 모자라 사람까지 공격하기에 이른 것은 동물들의 먹이사슬에 인간의 개입을 권유하는 것과 위험한 도전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힘이 약한 동물이 힘이 강한 동물의 먹이로 전락되는 이른바 약육강식이란 어원은 원래 동물들의 먹이사슬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지구상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사회에서 상대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권세를 누리기 위한 방편으로 동물들의 먹이사슬 현장보다 더 참혹하고 비참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실로 안타까울 뿐이다.

절대다수의 국민들은 이조시대를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 노비제도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부당한 행위를 지적하면 자기 부모뻘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감독은 선수에게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도 부당함에 항거조차 할 수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며 국격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국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최순실 사태 또한 항거할 수 없는 절대권력 갑과 을의 문화유산 때문이다.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은 우리사회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된 제도지만 진정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해선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와 횡포를 근절할 수 있는 별도의 제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즉 명백한 실정법의 위반사실은 물론이고 사회관습 관례에 위배되는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해도 하급자가 부당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제도가 도입된다면 상관이 부당한 지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부당한 사태가 초래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법을 전문으로 다루던 법조계의 거물들과 대학교수같은 자들이 대통령의 잘못된 지시를 여과없이 그대로 집행했다는 것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논리로 이해할 수 있는 오차범위를 한참 벗어난 직무행위며 이번 최순실사태로 우리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명예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김춘생 전 울산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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