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 홀로
숲속으로 걸어갔네
아무것도 찾으려 하지 않았지
그것이 내 생각이었어.

그늘 속에서 나는
한 떨기 작은 꽃송이를 보았네
별처럼 빛나며
작은 눈동자처럼 아름다운.
-중략-
그러자 그 꽃은 조용한 구석에서
다시 살아 났다네
지금 그 꽃은 가지를 쳐가고
자꾸자꾸 꽃을 피워가고 있다.

▲ 엄계옥 시인

바람둥이 남편을 둔 아내는 세간의 입방아처럼 아둔한 여자였을까. 대문호에 걸맞은 성자였을까. 여성편력이 심한 남자가 육십을 넘기자 묵묵히 견뎌준 아내가 고마워서였는지. 연인에겐 온갖 열정을 쏟아도 아내에겐 일상의 소소한 내조와 관능만을 바랐던 게 미안해서였는지. 이 시는 괴테가 결혼 25년 즈음에 아내 크리스티아네를 대상으로 쓴 시다. ‘홀로 숲속에 갔고 작은 꽃을 발견했고 지금 그 꽃은 자신의 곁에서 가지를 뻗으며 살고 있다’는 아주 평범한 내용이다. 새로울 것도 없는 시지만 연인을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대작을 쏟아내는 괴테에게 아내는 분명 발견이었을 것이다. 부부가 25년을 살면 은혼이다. 그 즈음에 괴테처럼 편지나 시를 건네는 건 어떨지. 처음 마음이 아슴푸레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니.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