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미경 울산장애인인권포럼 사무국장

“여러분, 장애인을 만나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이 질문은 초·중·고등학교에 장애인식개선교육을 가서 가장 먼저 학생들에게 하는 질문이다. “불편해 보여요” “불쌍해요” “도와줘야 해요” 라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장애인과 친구로 잘 지내고 싶나요?”라는 질문에 많은 학생들은 표면적으로 그렇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비공개 설문조사를 해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지 않다’고 응답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장애인들과 함께 있으면 무언가를 도와주어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럽고 마음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부분 비장애인들이 저런 생각 때문에 장애인과 함께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 우리사회에서 장애인의 이미지는 대략 세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극복의 이미지로 ‘슈퍼장애인.’ 둘째, ‘순수’의 이미지로 ‘착하다, 천사 같다.’ 셋째, ‘동정’의 이미지로 ‘불쌍하다, 도와줘야 한다.’ 역량 있고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는 사람은 장애를 극복한 대단한 사람으로 묘사하기 일쑤다.

발달장애인에게는 ‘우리 천사들’이란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모금방송에서의 주된 대상 역시 장애인이다. 최근 각종 미디어들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이미지는 정신장애인을 범죄자화하는 ‘무서운’ 이미지이다. 방화범도, 성폭력 가해자도, 살인자도 대부분 조현병을 앓고 있거나 분노조절장애로 정신과 약을 먹고 있었다더라며 정신장애인은 범죄자 또는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생산한다.

필자는 장애인 동료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매일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하고 밥을 먹고 업무를 처리한다. 거의 매일 서너 명씩, 많은 날은 열 명의 발달장애, 정신장애인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차를 마시고 프로그램을 한다. 필자가 만나는 장애인들은 슈퍼장애인이라기 보다는 자기 분야에 열정이 있고, 남다른 애정과 관심이 있어서 열심인 사람이고, 일이 맡겨졌으니 책임감을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이다. 또 컴퓨터 기능을 가르쳐주고, 서류를 작성해주고, 사진을 모아서 파일을 만들어주고, 회계업무를 함께 해주는 사람이다. 천사들이 아니라 거짓말도 하고, 돈을 빌려 쓰기도 하고, 자기 것에 대해 욕심도 있는 사람이다. 무서운 범죄자가 아니라 노래를 잘하고, 글을 잘 쓰고, 일을 하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그냥 평범한 우리 이웃이고 동료일 뿐이다.

장애인식개선 교육은 이론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안대를 끼고 휠체어를 타보는 체험을 통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여행을 가고, 일을 해보아야 한다. 일상을 함께 하는, 더불어 사는 삶이 그 어떤 방법 보다 효과적인 장애인식교육이다. 어쩌면 장애가 있어서 가족, 친구, 이웃, 동료가 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장애를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박미경 울산장애인인권포럼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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