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13일 한일간 갈등을 빚고 있는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 문제와 관련해 “외교공관 보호와 관련된 국제예양 및 관행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가능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외교부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에 제출한 현안 보고자료에서 이같이 밝혔으며, 윤병세 장관도 외통위에 출석해 이 같은 취지의 언급을 했다.

일본 측이 부산 소녀상에 대해 이전 또는 철거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노력’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처음이다. 우리 정부가 밝혀온 기존 입장보다 ‘반 발짝’ 더 나간
것이다.

외교부는 그동안 부산 소녀상에 대해 “정부와 해당 지자체, 시민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이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 예양 및 관행을 고려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기억하기에 적절한 장소에 대해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혀왔다.

기존의 제3자적 화법에서 소녀상 이전 등을 위해 모종의 노력을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 장관은 특히 “정부는 소녀상 설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장소 문제에 대해서는 지혜를 모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외교공관 앞에 어떤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 장관의 이 같은 언급에도 우리 정부의 구체적 행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안부 소녀상은 절대적인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고, 정부가 이전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여론의 후폭풍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녀상을 세우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외교공관 앞에 세우는 것은 국제 예양 및 관행 차원에서 문제가 있으니 제3의 장소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우리 정부가 한일간의 외교적 갈등 국면에서 출구를 모색하기 위해 일본을 염두에 둔 외교적 메시지라는 관측도 있다.

우리 정부도 외교공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이 있고, 이 같은 차원에서 노력하겠으니 일본도 확전을 자제하고 갈등을 수습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주한대사 일시귀국 등의 조치를 취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까지 나서 한국민의 정서를 자극했던 일본은 최근에는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소녀상을 둘러싼 한일간 갈등의 장기화 여부는 지난 9일 일시귀국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가 언제 귀임하느냐가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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