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갈비식당 운영하는 윤지혁씨

▲ 윤지혁씨는 “고깃집 일이 일반 식당보다 힘들긴 하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면 힘이 절로 난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소주 한 잔을 생각할 시간인 오후 4시 무렵 윤지혁(45)씨의 하루가 시작된다.

윤씨는 울산 남구 신정5동에서 테이블이 6개 달린 조그마한 숯불갈비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오후 4시에 가게 문을 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한 뒤 5시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다.

장사를 시작한 지 4년여, 어느덧 입소문이 나 단골도 많이 생겼고 SNS 등을 통해 맛집이라는 이야기도 듣게 됐다. 하지만 윤씨의 가게가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갈매기살 전문점 실패 후
갈비 식당으로 업종 변경
연구 거듭해 레시피 개발
“힘들지만 애들보며 힘내”

식당에 생수와 물수건 등을 공급하던 윤씨는 직접 식당을 운영하면 돈벌이가 되지 않겠냐는 생각에 ‘묻지마 창업’을 했다. 언양에 단골집이 있을 정도로 갈매기살을 좋아했던 윤씨는 갈매기살 전문점을 차렸다.

“젊을 때는 가족보다 내가 우선인 삶을 살았는데 집안에 우환이 들다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가장 역할을 하려고 창업을 결심했는데 집사람이 많이 놀랐죠. 음식의 음자도 모르는 사람이 식당을 하겠다고 덜컥 가게까지 계약하고 왔으니. 그때부터 고생문이 열렸습니다.”

무모한 도전의 대가는 혹독했다. 1년6개월간 파리만 날리다 통장 잔고가 바닥났다.

버티다 못한 윤씨는 돼지갈비로 업종을 변경하고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비법을 배웠고 연구를 거듭해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었다. 그리고 비장의 무기로 된장찌개를 개발했다.

“황금비율을 찾기까지 끓이고 맛보기를 수천번은 했을 겁니다. 된장찌개 하나만큼은 대한민국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가게가 본궤도에 오르자 동업이나 분점을 원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하지만 윤씨의 방침은 확고하다.

“음식점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면서 단지 장사가 잘돼 보이니까 덤비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은 대개 음식을 돈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비법을 알려줘도 제대로 운영할 것처럼 보이지가 않아요. 물론 분점을 내면 돈은 더 벌겠지만 당분간은 힘들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집사람과 둘이서만 운영할 생각입니다.”

영업을 마치는 오전 2시, 윤씨의 2라운드가 시작된다. 2시간 동안 밀린 설거지를 하고 다음날 판매할 된장찌개를 또 2시간 동안 준비한다. 새벽시장을 보고 술과 음료를 정리하면 어느덧 오전 8시가 된다.

“원래는 친구를 좋아하고 술을 즐기는 성격이었는데 가게를 하다 보니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힘들고 지칠 때도 많지만 두 아이들을 생각하면 기운이 절로 납니다.”

윤씨가 하루 일과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뜻밖에 불판을 닦는 시간이란다.

“불판을 브러시로 닦는 소리를 들으면 정신 집중도 되고 마음도 다잡아집니다. 식당 일 중에서 제일 고된 일이긴 하지만 점점 깨끗하게 변하는 불판을 보면 힘들었던 예전 일들이 지워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지금은 좀 고생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즐거운 일이 더 많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내일을 준비합니다.” 이춘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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