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출 사회부 기자

지난 10일 오후 울산지방경찰청은 ‘울산 기동 3중대 의무경찰, 간질환자 응급조치로 생명 구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내용은 이렇다. 간질로 쓰러진 시민을 의무경찰대원들이 응급조치로 의식을 회복시키고, 119후송한 사실이 알려져 훈훈한 미담 사례가 되고 있다. 쓰러진 환자의 혀를 빼고 기도를 확보하면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등 신속·정확한 구조 활동으로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는 내용이다.

기사가 나간 뒤 기자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날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한 주인공이라고 밝힌 목인숙(여·38)씨의 이야기를 토대로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10일 오후 2시30분께. 당시 현장에서 차를 몰고가던 목씨는 의경들이 다급하게 뛰어가는 모습을 봤다. 2차선에 비상깜박이를 켜고 차를 주차한 뒤 의경들이 뛰어간 쪽을 보니 시민 한명이 쓰러져 있었다.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고 병원에서 근무한 적 있는 목씨가 상태를 보니 간질 발작이 시작될 찰나였다. 의경들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려고 하자 목씨가 이를 말렸다. 간질환자는 성급한 심폐소생술보다는 기도확보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목씨는 의경들에게 인근에 있는 정형외과에 가서 거즈와 설압자를 가져오라고 시켰고, 설압자에 거즈를 감아 환자의 입속에 넣은 뒤 기도를 확보했다. 목씨는 의경에 119신고를 요청했고, 쓰러진 환자는 119 구급대 차량을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목씨는 이날 경찰청 기동대에 9만5000원 어치의 통닭을 배달시키고, 고생한 의경들도 칭찬했다.

목씨는 “쓰러진 시민을 구한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는데, 친구가 기사를 보고 정작 내 얘기는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목씨가 공치사를 듣기 위해 기자에게 전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들의 미담사례만 성급하게 만들어 보낸 울산경찰의 행태가 아쉬웠을 것이다. 평범한 시민인 목씨가 앞으로 경찰을 어떻게 생각할까? 경찰이 스스로 묻고 답해봐야 할 것같다.

김봉출 사회부 kbc7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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