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왕 남목초등학교 교사

“선생님, 어떻게 써요?” “다 채워야 하나요?”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수업 시간이나 학예 행사의 쓰기 활동 시간에 교실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부터 교과나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만 정작 무엇인가에 대해 쓰라고 하면 학생들은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것은 어른들도 유사한데 진학이나 입사를 위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거나 지원 동기를 써야 할 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최근에는 자기소개서를 대신 작성해주는 곳에 성장 과정이나 지원 동기를 간략하게 보내주면서 대리 작성하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 그 만큼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어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겠지만 기능으로 영역을 분류해보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로 나눌 수 있다. 이는 국어과 교과 내용 체계에 제시된 영역 분류이면서 동시에 언어 발달 순서에 따라 나열한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듣기를 통해서 말을 배우게 되며, 글자를 익히는 단계를 거쳐 읽고 쓸 수 있게 된다. 어릴 때부터 독서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함에 따라 읽기에 대한 훈련은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지만 정작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쓰기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쓰기는 왜 해야 하는 것일까? 어른들의 성장 과정을 되돌아보면 학교에서 쓰기가 중요하게 작용한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듣기, 말하기, 읽기에 비해 애써 자녀에게 쓰기를 중요하게 가르치지 않는다. 이것은 예전의 평가가 선다형 지필 평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며,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결과중심 단답형의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관점에서 실제적인 역량을 기르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이 변화되었다. 이에 따라 학생의 평가도 학습 과정에서 이루어져, 필요한 정보를 찾아 이것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쓰기 활동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추격형 모방 경제에서 필요한 ‘따라하기’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이끌어가는 선도형 창조 경제에 적합한 창의적인 교육을 추구한다. 따라서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정리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처럼 사회 및 교육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쓰기 능력이 우리에게 필수적인 능력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험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써보고, 그것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처음부터 좋은 내용이나 훌륭한 형식에 근거하여 좋은 글을 쓰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텍스트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승왕 남목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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