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만연한 금수저 갑질횡포
돈 버는 것보다 잘 쓰는 게 중요
모으기 어려워도 잃는 건 한순간

▲ 박순환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

최근 사람이라는 단어의 존재가치를 생각케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때론 좋은 쪽으로, 때론 나쁜 쪽으로 ‘사람이란 무엇일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돈과 연결지어보면 조금 더 뚜렷해진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관계속에서 존재가치의 명암이 명징해진다. 사람답지 못한 사람도 있고, 사람다운 사람도 있다. 사람답지 못한 사람들의 소식을 접하면 미간이 찌푸려진다.

최근 모 그룹 총수의 자제는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고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조사과정에서도 불성실했고, 진심어린 반성이나 사과도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얼마간 구치소에 있다가 보석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나겠지만 그의 범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년전에도 그는 비슷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한마디로 상습범이고 죄질이 지극히 불량하다는 것이다. 그의 나이 불과 27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그와 비슷한 연령대의 청년들은 일자리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도서관에서 낮밤없이 공부를 해도 좁은 취업문을 뚫기가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그는 아버지를 잘 둔 덕에 그룹 산하 건설회사의 신성장전략팀장이라는 엄중한 직책을 맡고 있다. 단순히 나이로 능력을 평가할 순 없지만 어린 나이에 좋지 않은 행실을 가진 그가 회사의 새로운 성장전략을 얼마나 잘 세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가 믿고 있는 것은 오로지 아버지의 든든한 뒷배경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그에게 사람, 가령 술집 종업원이라든가 공무를 수행하는 경찰이나 소속 회사의 직원이 동등한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보일까? 단언컨대 자신을 둘러싼 재력으로 모든 것을 제압할 수 있다고 보는 하찮은 존재에 불과할 것이다. 필자의 추측이 억측이길 바라며, 걱정이 기우가 되길 빈다.

사람을 평가할 때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앞으로 걸어갈 길이 보인다고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아직 살아갈 날이 창창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그가 개과천선해 ‘사람 위에 사람없고, 사람 밑에 사람없다’는 단순하고도 변하지 않는 진리를 서둘러 깨닫길 충고하고 싶다. 아울러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천박한 의식도 바뀌길 희망한다. 그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연말연시 그와 비슷한 사건을 일으킨 모 제강회사의 장남도, 중견기업의 자제도 이참에 참회하고 제대로 된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그들 아니라도 우리 사회에 금수저의 갑질은 이미 차고도 넘친다. 언제까지 우리가 이 같은 소식을 접하면서 분노와 허탈, 상실감을 느껴야 한단 말인가. 노블리스 오블리제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상식과 양식을 가진 공동체 구성원의 한 사람, 즉 사람같은 사람, 사람다운 사람이 되길 기대한다.

그들이 본받아야 할 자세는 금수저의 갑질횡포가 아니라 미국의 찰스 피니와 같은 기부천사의 삶이어야 한다. 올해로 86세인 피니는 대학 졸업 후 공항 면세점 체인점을 창업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피니는 자신의 부를 독차지 하는 대신 나누는 삶을 실천해왔다. 30여년간 무려 80억달러, 우리 돈으로 9조5000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기부했다. 그것도 익명으로. 지난 연말 그는 마지막 남은 700만달러도 대학에 기부함으로써 전 재산의 사회환원을 이루어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한번에 바지 두벌을 입을 순 없다”고 밝힌 그의 기부철학이 새삼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피니의 삶이야말로 사람 위에 사람없고, 사람 밑에 사람없다는 것을 언행으로 보여준 것이다.

창업보다 어려운 것이 수성이다. 소위 재벌 2세~3세의 금수저들이 창업주의 도전과 모험정신은 배우지 않고, 창업주가 쌓아놓은 금덩어리 위에서 갑질횡포만 부린다면 생각보다 일찍 위기와 시련이 닥칠 것이다. 쌓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스물일곱살의 그가 여든여섯살의 그에게 배워야 할 것은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을 잘해야 되고, 사람은 동등하다는 가치이다. 정현종 시인은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고 사람의 존재가치를 말했다. 다시금 말하지만 사람 위에 사람없고, 사람 밑에 사람없다.

박순환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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