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차갑다. 다행히 기승을 부리던 최강 한파는 26일부터 다소 풀린다는 소식이다. 기온은 올라가지만 연휴 내내 눈·비가 오락가락 하겠다니 귀성길 운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겠다. 특히 26일 오후 경기동부와 강원 영서지방, 강원 북부 산지로 이동하는 귀성객들은 눈길 운전에 신경써야 할 듯하다. 설연휴가 시작되는 27일과 설날인 28일에는 날씨가 맑겠으나 고향에서 설 쇠고 29~30일 울산으로 돌아올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29일은 전국 곳곳에 비예보가, 30일은 영동·영남지역에 비·눈이 예보돼 있다. 사고 없는 안전한 연휴가 되도록 모두가 조심해야 하겠다.

날씨 보다 더 큰 추위를 느끼게 하는 건 대목경기와 탄핵정국이다.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대중공업의 노사협상은 기어이 설을 넘기게 됐다. 회사측이 일괄제시안을 내놓으면서 설 전 마무리를 기대했으나 금속노조의 개입 등으로 협상의 실마리조차 마련하지 못한채 연휴에 들어가게 됐다. 25일 경영실적발표를 내놓은 현대차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5조1935억원으로 전년보다 18.3% 하락했다고 밝혔다. 반면 SK와 S-OIL 등 정유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으로 올리면서 ‘성과급 파티’가 기대되고 있다고는 하나 지역 내에 협력업체가 많고 고용률이 높은 현대중과 현대차의 계속되는 불황은 주민들의 설 연휴를 우울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명절에 만난 친인척간에 해서는 안되는 대표적인 말이 ‘취업’ ‘결혼’ ‘진학’ 문제라고 하는데 올해는 ‘상여금’ 이야기도 금해야 할 단어에 포함해야 할 모양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경기와 관련해서는, 특히 노조 간부들이 주변 여론에 귀를 열어야 한다. 노조 내부의 닫힌 생각으로는 노사화합의 물꼬를 트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뜻한 관심을 가지는 가족과 친구들의 조언을 참고해 연휴가 끝난 뒤에는 협상의 속도를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가족간의 대표적 명절 금기어인 정치 이야기는 올해 유난히 더 조심스럽다. 탄핵정국의 장기화와 더불어 일부 국민들은 물론이고 정치권의 행태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정치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는 자칫 언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대선후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지지후보에 대한 견해차도 가족 분란의 씨앗이 될 소지가 크다.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 우길 때 싸움이 된다. 허물 없는 가족간이라 해도 다른 의견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정치적 견해차를 인정하고 옳은 길을 향한 공존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정치인들은 입을 닫고 귀를 열어야 할 때다. 국민을 설득하기 보다 민심을 왜곡 없이 수렴하는 태도가 절실한 시점이다. 국민들에게 더 이상 실망을 주지 않는 정치를 하려면 설민심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 이해와 감사가 있는 따뜻한 설명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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