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귀 작가의 ‘까치 호랑이’

민화는 복을 받고 건강하게, 바르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낸 염원이자 교훈이다. 옛 사람들의 주거공간을 꾸미고, 회갑이나 혼례와 같은 행사는 물론 일년 중 중요한 세시 때마다 쓰였다. 그래서 민화를 역사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도 한다.

새해를 맞이할 때는 그에 어울리는 민화가 따로 있었다.

새해 첫 날 웃어른에게 세배를 올릴 때는 ‘십장생’이 그려진 병풍을 세우고 그 앞에서 절을 올린 뒤 덕담을 나눴다.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십장생에 견줄만한 그림이 없었기 때문이다. 십장생은 해, 산, 물, 돌, 소나무, 달 또는 구름,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을 말하는데, 가끔 대나무가 포함되기도 한다. 이는 중국의 신선(神仙)사상에서 유래된 것으로 열 가지 오래 사는 것들을 그린 십장생을 보면서 오래도록 평안한 삶을 염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세배 올릴땐 ‘십장생’ 병풍 세워
오래도록 평안한 삶 염원
정초 ‘까치호랑이’ 대문에 걸어
일년내내 행복한 가정 기원
소나무·까치는 영물로
길상의 의미 담고있고
호랑이는 벽사(僻邪)의 기능

우리 조상은 정초에 ‘까치호랑이’를 대문에 걸어뒀다. 까치는 집안에 좋은 소식을 전해주고 호랑이는 불미스러운 일들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새해벽두 대문에 그림을 걸어 일년내내 평안하고 행복한 가정이 되기를 기원한 것이다. 새해를 앞두고 이를 송축하기 위해 왕과 신하들이 서로 주고받던 ‘세화’가 서민층에서는 까치호랑이와 같은 민화로 대체된 것으로 전해진다.

까치호랑이 그림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다. 우선 소나무와 같이 등장하는 까치는 좋은 소식을 전해 주는 길조(吉鳥)인 동시에 국조(國鳥)로 나라를 상징하는 새로 파악하기도 한다. 민속학에서 까치는 민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좌우하는 서낭신이 천지사방 가운데 미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는 까치를 시켜 호랑이에게 신탁(神託)을 전달해 시행하게 했다고 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호랑이와 소나무, 까치는 영물(靈物)로서 길상(吉祥)의 의미가 있으며 특히 호랑이는 그 용맹성으로 인하여 벽사(僻邪, 나쁜 것을 쫓아냄)기능이 강할 수밖에 없다.

▲ 이순귀 작가의 ‘십장생’

민화 속 까치호랑이 중에는 호랑이의 몸에 흔히 아는 얼룩무늬 대신 점박이무늬가 그려진 것도 많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까치호랑이(호작도)의 원형이 표범과 까치를 그린 중국의 ‘표작도’로 보는 견해가 많다. 표작도가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낯선 표범 대신 우리에게 친근한 호랑이로 ‘신토불이’화 됐다는 설명이다.

현대인의 삶 속에서 민화가 새로 태어나고 있다. 각종 복합문화공간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는 물론 개인강습 및 동호회에 이르기까지 적지않은 기관과 모임에서 민화반을 운영하고 있다.

울산민화사랑회의 지도교사인 이순귀 민화작가는 이같은 열풍에 대해 “순리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어려울 때면 자연을 찾고, 예전의 것을 그리워하며 할머니의 품과 같은 근원적인 편안함을 떠올린다. 민화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화에 담긴 좋은 의미들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이제는 세계인의 공감을 얻고 있다”며 “복을 기원하는 민화 한 점으로 모두가 행복한 새해를 맞이 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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